김민규 - Made In The Livingroom 원고의 나열

영악하지 않은 음악이다. 그렇다고 우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표현이 조금은 들어맞을지도 모른다. 대중의 귀에 쏙쏙 파고들 구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시대에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태연하게 버스(verse)-코러스-브리지의 전통적 구도를 승계한다. 요즘에는 발라드라도 신시사이저가 지배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카랑카랑한 전자음도 없다. 히트에 아등바등하는 잇속 밝은 음악이 아니다. 신예 싱어송라이터 김민규의 데뷔 앨범은 약지 않다.

팝 발라드가 줄기가 된 음반은 실제 악기 연주를 통해 완성됐다. 우악스러운,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날 선 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다가 현악기와 관악기가 첨부돼 곱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무드 재즈와 팝의 중간쯤에 위치한 '반갑다 친구야', 스트링이 애잔함을 더하는 '헤어진 다음 날'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가 다소곳하게 곡을 이끄는 '거닐다' 등 모두 온순함에 도착지를 맞추고 있다.

가사는 노래들을 더욱 착해 보이게 한다. 친구와의 추억을 꺼내 놓으며 우정을 표하고('반갑다 친구야'),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며 희망의 말을 전하니('길') 근래 우리 대중음악에서 분포도를 높이는 선정적, 자극적인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사랑을 주제로 한 나머지 노래들도 어디 하나 센 표현 없이 온화함을 내비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극히 평범하고 심심하게 들리는 것은 앨범의 맹점 중 하나일 듯하다.

음반 소개에 '트렌드를 좇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반복적인 멜로디도, 자극적인 가사도 없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설명 그대로다. < Made In The Livingroom >은 유행에 영합하지 않고 상업성에 경도되지 않는 강단진 면모를 드러낸다. 그러나 음악만큼은 유하고 나긋나긋하다. 태도는 고지식하지만 그와 상반되는 작품의 순한 생김새 때문에 괜스레 눈길이 간다.

2011/09 한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