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 Black Shower 원고의 나열

국내에서 여성 힙합 뮤지션의 활약은 유독 뜨문뜨문하다.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지만 마치 1980년대나 90년대 중반까지 공대에서 여학생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정황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기근이 계속되니 누군가의 등장은 우선 반갑게 느껴진다. 가뭄의 단비다.

보컬리스트 다이아(Dia)와 래퍼 리타(Litta)로 구성된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의 대상이다. 워낙 인물이 없기도 했고 흑인음악 듀오 체제는 2008년에 나온 비 자이언(B-Zion) 이후 근 3년 만에 보기 때문이다. 둘은 각각 보컬 트레이너로서, 언더그라운드에서 다른 가수들과 협업하며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신인 아닌 신인이기에 기대가 큰 게 당연하다.

이들은 희소가치로만 신기하게 보다가 얼마 지나 고개를 돌리게 될 팀은 아니다. 두 멤버는 축적한 경력을 수긍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래핑에는 적당한 탄성이 구비되어 있으며 보컬은 꽤 말끔하게 표현된다. 경탄을 금하지 못할 만큼 특출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느 정도 숙련된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다가 어느 한 쪽이 튀지 않는 동일한 호흡을 지켜 수록곡들이 대체로 안정감 있게 느껴진다. 랩과 노래에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며 서로 받쳐 주고 차례로 곡을 채워 가는 과정으로 보편성과 차분함을 구축한다. 긴장감과 변주를 부각하려다 애매하게 진행되는 것을 방지한 편안한 조직이다.

여성들로 이뤄진 팀답게 음악에서 서정적인 향이 풍기는 것도 장점이 될 것 같다. 몇 해 전 메인스트림에서 종종 만날 수 있었던 묵직한 비트의 힙합 'Doll like'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여리다. 유년의 이야기로 시작해 꿈을 이야기하는 '코스모스 나비'는 은은한 코러스와 통기타, 피아노 연주로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초원의 꿈'은 현악기를 덧입혀 잔잔하게 치장한다. 또한, 힙합, R&B 하면 떠오르는 어둡거나 끈적끈적한 성질을 따르지 않고 '바람'이나 '비 오는 날 신다' 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발라드의 모양을 낸 노래들은 대중 친화력을 띤다. 랩과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보컬이 결합했지만 까다롭지 않다.

순편한 멋이 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무언가가 없는 것은 앞으로 이들이 채워 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첫 자취인 < Black Shower >에는 코스모폴리탄을 확실히 각인할 강한 일격이 없다. 몇몇 부분 머뭇거리는 것 같은 래핑과 시원함을 안기지 못하는 보컬 애드리브도 조금 아쉽다. 기근을 완전히 해갈하는 존재로 서려면 보완은 필수다. 그래도 일단은, 여성 힙합 뮤지션의 등장을 고대한 음악팬들의 마음에는 반가움으로 다가올 앨범이다.

2011/09 한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