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서 노래한 일렉트로니카 원고의 나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렉트로니카 하면 그저 여름 한 철에만 호황을 누리는 댄스음악으로 보는 경향이 다분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팝 음악계에 광범위하게 펼쳐진 신스팝(Synthpop)으로의 회귀 경향과 타 장르들 간 퓨전 양상이 국내에도 유입되면서 일렉트로니카는 사시사철 인기를 끄는 장르가 됐다. 더욱이 강한 전자음을 앞세운 아이돌 그룹의 군웅할거가 이어지는 터라 일렉트로니카는 국내 대중음악 안에서 단 한 순간도 결코 누락되지 않는 대표 음악 양식이 됐다. 일부 마니아들이 즐기던 것이 어느 순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스타일로 올라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양적 팽창이 진행되고 있으나 현란한 댄스곡만 집중 살포되는 추세는 꽤나 섭섭하게 느껴질 만하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일렉트로니카는 곧 댄스음악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여름에 듣기 좋은 무도회장 친화적인 노래들만이 전부가 아니다. 기온이 떨어지는 요즘 같은 시기, 쌀쌀한 날씨에도 어울리는 일렉트로니카도 존재한다. 저마다의 색깔로 가을과 닮은 정서를 나누는 음반들이 있다.

여성 듀오 트램폴린(Trampauline)의 두 번째 앨범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찰나를 연결하는 음악처럼 들린다. 조금은 발랄한 선율과 반주는 듣는 이를 무의식적으로 발놀림하게 할 테지만 노래들이 조용하게 내비치는 다소곳함은 감상용이라는 선택의 문을 열어 둔다. 공중에 뜬 듯한 신시사이저 연주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나 아기자기한 편곡, 사랑에 대한 언급이 불러오는 소녀 취향의 노랫말은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삼고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

이와는 달리 이상은, 윤상 등과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이우준의 솔로 프로젝트 카입(Kayip)의 2집 「Theory Of Everything」은 스산함을 나타내는 데 집중한다. 그가 직조한 앰비언트(ambien·특정 대기의 전달에 초점을 맞춰 공간감을 조성하는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 연주곡들은 그야말로 쓸쓸하고 한산한 이미지를 발산하는 가을과 조화를 이룬다. 그럼에도 미량의 따뜻함을 겸비해 마냥 황량하지만은 않다. 차가운 질감을 강조하는 가운데 어쿠스틱 기타나 건반악기를 이용해 포근한 멜로디를 이어 가는 덕분이다. 하나둘씩 떨어지는 나뭇잎, 은은한 석양빛이 어느 때보다 고즈넉함을 자아내는 가을을 위한 소리를 들려준다.

록 밴드 피터팬 콤플렉스의 드러머 김경인의 홀로서기 첫걸음 로코모티브(Locomotive)는 일렉트로니카의 대표 특징인 ‘춤추기에 좋은’ 성질을 강하게 피력한다. 거기에다가 부드러움을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얹었다. 이 두 가지 성격이 맞물린 미니 앨범 「Beside, Inside」는 쾌활하게, 또 무척 여성스럽게 다가온다.

트렌디한 전자음악의 공식을 준수하지만 일시적 재미를 위한 편집에 힐끗거리지 않고 선율에도 큰 부분을 할당해 누구나 듣기 편안하게 만들었다. 음악적인 매혹 외에 서정적이고 온유한 상태를 연출하는 것 또한 로코모티브의 노래들을 지금의 절기와 연결하게끔 하는 주요소다.

(한동윤)

2011 10/04ㅣ주간경향 944호


덧글

  • tag 2011/09/30 20:03 #

    한동안 삶에 치여 음악을 다운받지 못하고 살고 있네요. 한솔로님 블로그 역주행하다 보니 새로운 음악이 너무 듣고 싶어지네요.
  • 한솔로 2011/10/02 01:53 #

    삶에 치인다는 말씀에 마음이 좀 짠해지네요. 여유롭고 즐거운 삶이 좋은 건데... 나중에 한가하실 때 천천히 감상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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