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STi) - Love Zodiac 원고의 나열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결코 아니 하지 않는다. CCM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의 가사는 모든 인간사에 해탈한 철인(哲人)이나 숭고한 사상을 전파한 이들, 인류애를 호소하는 운동가 정도에 국한되는 이야기일 뿐 보통 사람들에게는 거의 남의 일로 여겨질 만하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지만 평인이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감정과 감정이 시도 때도 없이 부딪히고 어떠한 행동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남녀 관계를 놓고 보면 더하다. 이성 간의 사랑은 어떤 때에는 한없이 순수하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사람을 상당히 계산적이고 치밀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은 감사함과 행복한 마음을 들게 할 때도 있으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분노의 화신, 혹은 세상에 둘도 없는 찌질이로 둔갑시키게도 한다. 늘 긍정적인 감정, 행위만을 도출하지 않고, 더러는 슬픔과 노여움 등 부정적인 면도 나타나게 하는 게 사랑이다.

스티(STi, 장서현)는 세 번째 정규 음반 < Love Zodiac >을 통해 그러한 사랑의 다채로운 면면을 취합해 보인다. 앨범에 담긴 텍스트는 단순히 감정의 편린만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게 아니라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법한 일들을 조건으로 구비해 섬세하게 진행된다. 또한,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 연애 중일 때, 연인과 헤어졌을 때 등 각각 다른 상황에 해당하는 정서와 사소한 행동을 녹여내 수록곡들을 더욱 다채롭게 가꾸고 있다. 주제의 중첩을 최대한 피한 열세 편의 노래들은 그래서 열세 개의 별자리를 보는 것처럼 유별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확 타오르기 시작하는 순간에 드는 느낌이 몽롱한 반주와 잘 배합된 '1Q84', 애인이 있는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현재의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후반부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함께 증폭되는 '깨져', 이별 후 옛 연인과의 추억을 정리하려는 남자의 비애감이 서린 '언젠가 올 것 같았던 뜻밖의 순간'과 다음날 마치 이 노래에서 벌어진 일의 남자를 보는 것 같은 '너와의 추억을 팔아'는 사랑의 침울하고 무거운 표면을 드러낸다.

상반되는 모습도 있다. 꾀죄죄한 행색으로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의 남녀의 속마음을 묘사한 'You got me', 수수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예쁘게 보이는 연애 초기의 모습 '화장하지 말아요', 장거리 연애의 고충과 이때 느끼는 위기감을 말하는 '장거리 연애'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한 여자를 흠모하게 된 이의 설렘을 이야기하는 '잠실 귀요미'는 가볍고 아기자기하다. 학생이나 젊은이의 풋풋하고도 달콤한 연애를 다룬 이 노래들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나 인터넷 신조어의 사용으로 보편적인 재미와 통속성을 갖춘다.

특정 상황을 부연하는 배경음도 노래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1Q84'에서의 초인종 소리와 문이 열리는 소리, '장거리 연애'의 도입부 통화, '잠실 귀요미'에서 흐르는 지하철 역사(驛舍) 안내 코멘트는 청취자들에게 사실감과 현장감을 제공한다. '새벽 속으로의 외출'에 깔리는 귀뚜라미 울음은 새벽녘의 고즈넉함과 앨범 서막으로서의 분위기를 배가한다. 이것들 덕분에 몇몇 노래는 꽤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2008년 봄 첫 앨범 < Here Is A Raw Discovery >를 발표했을 때, 인터뷰에서 스티는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기존의 힙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때 주장했던 것처럼 그의 음악은 이번에도 무거운 분위기와 일상의 가벼움을 순간순간 넘나든다. 리듬 앤 블루스와 힙합의 향취가 배어 있으나 노래와 랩을 부드럽게 조화해 장르 간 경계를 허문 퓨전 스타일로 나타난다. 게다가 여러 가지 요소가 함유된 곡을 고운 멜로디와 하늘하늘한 보컬로 윤색해 그저 편안한 팝으로 보이게끔 하기도 한다.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 바로 스티 음악의 으뜸 매력일 듯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 Love Zodiac >에서도 그만의 장점은 이어진다.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일체감을 찾으며, 부담 없이 듣기 좋은 곡으로 안락함을 꾀한다. 사람들이 사랑의 노정을 통해 겪게 되는 흥분, 질투, 즐거움, 외로움, 후회 등 곳곳에 드리워진 다양한 감정과 행동은 노래들을 더욱 유쾌하게 들리게 한다. 스티가 마련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청취자들과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흥미를 안길 것 같다. 노래와 랩, 작사, 작곡에다 연주와 편곡까지 모두 해내는 만능 재주꾼 스티의 표현력과 풍부한 감수성을 확인할 앨범이다.

2011/11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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