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lly Rowland - Here I Am 원고의 나열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의 3집 < Here I Am >은 R&B가 매혹적인 습기와 중독성 있는 끈기를 벗고 팝과 댄스음악의 성분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국면의 충실한 예시다. 앨범의 면적 대부분을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곡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자음악과 접합한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다이내믹한 비트 구성의 클럽 친화적인 곡이 여럿 구비돼 있다.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노래들이 지배하는 가운데 중간마다 컨템퍼러리 리듬 앤 블루스가 자리해 완급을 조절한다.

강렬하고 빠른 댄스곡이 대거 갖춘 것은 지난 두 앨범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덥스텝(dubstep)풍의 반주와 귀에 빠르게 익는 코러스가 중독성 있게 느껴지는 'I'm dat chick'을 비롯해 프랑스 하우스 디제이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의 도움으로 완성한 아레나 형(型) 댄스음악 'Commander', 화려하고 날카로운 신스 프로그래밍으로 열기를 더하는 'Down for whatever', 2009년 데이비드 게타의 네 번째 음반에 수록돼 이미 큰 인기를 얻은 'When love takes over'는 청취자로 하여금 일렉트로니카 파티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할 만하다.

원기 충만한 노래들은 더 구비돼 있다. 몽롱한 전자음을 연방 내보임에도 피아노 연주로 감미로움을 겸비한 'Work it man', 명료한 훅으로 단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Lay it on me'와 적당한 무게감을 드리우면서도 유연한 전개가 돋보이는 'Feelin me right now'가 대표적. 기존 흑인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을 노래들이다.

하지만 켈리 롤랜드는 차분하고 섬세한 표현을 중시하는 리듬 앤 블루스도 간과하지 않는다. 빌보드 싱글 차트 17위를 기록한 'Motivation'은 다소 침잠된 사운드 안에서 가성과 진성을 바꿔 써 가며 감수성 진한 보컬을 선보이며, 'Keep it between us'에서는 호소력 있는 울림을 연출한다. 이와 같은 노래들은 그녀가 부족한 능력을 감추고자 댄서블한 트랙들을 다수 구비한 것이 아님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미국 주류 대중음악계를 질주하는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을 무척 능동적으로 흡수하고 있지만 오로지 거기에만 함몰되지 않는 것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묘미가 될 것이다. 켈리 롤랜드는 댄스음악을 모으면서 힙합 비트를 근간에 둔 경쾌한 R&B와 보컬리스트로서의 탤런트를 확실히 보여 주는 곡도 두루 차려 냈다. 다시 말해 무엇보다 '형식의 균등한 분배'가 잘 이뤄진 셈이다. 물량 확보만이 아니라 수록곡들은 저마다 야무지고 훌륭한 맵시를 과시해 가치를 드높인다.

앨범을 출시하기 전, 흑인음악 전문지 < 블루스 앤 소울(Blues & Soul) >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전작들과 이번 앨범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모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제가 하는 음악이 메인스트림 R&B이든, 힙합이든, 댄스음악이든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멋진 곡을 원했어요.” 수록곡들은 다양한 양식을 포괄하면서도 튼실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거두어들이고 대중 지향적인 접근을 취함으로써 켈리 롤랜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음악 팔레트를 확장해 보였다.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심대한 성장과 발전이 앨범에 담겨 있다.

(한동윤)

음반 해설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