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포니(Big Phony) - Fiction & Other Realities 원고의 나열

유튜브 스타 데이비드 최(David Choi),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한 힙합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에픽 하이의 앨범에 피처링하며 존재를 알린 래퍼 덤파운데드(Dumbfoundead), 재기 넘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성장 중인 클라라 시(Clara C) 등 한국계 미국인 뮤지션들의 활약이 대단한 요즘이다. 거대한 규모와 빠른 트렌드 변화 때문에 웬만큼 잘해서는 어필하기 쉽지 않은 미국 음악계에서 선전하는 터라 더욱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여간 흡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그러나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 주목받는 가수들 말고도 조용히 공력을 기울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펼쳐 온 다른 한국계 뮤지션들도 있다. 빅 포니(Big Phony)가 거기에 해당한다.

로버트 최(Robert Choy)가 본명인 그는 어렸을 때 형의 기타를 몰래 연주하며 음악에 애착을 드러냈다. 이후 뉴욕의 예술 학교에 다니며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았지만 종교적 신념도 강했던 탓에 목회에 뜻을 품고 신학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은 꿈의 이정표를 결국 음악으로 돌려놓았다. 졸업 후 그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해 작곡과 공연에 매진했다. 엄청난 인지도를 쌓은 것은 아니었으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서서히 음악을 선전해 갔다.

2005년 출시된 데뷔작 < Fiction & Other Realities >는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초창기 시절의 소품집이다.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아마 노래에 담긴 온기와 빅 포니의 진실함 때문일 것이다. 미국 온라인 음반 쇼핑몰을 장식한 네티즌들의 찬사도 그러한 부분에서 나왔을 듯하다.

앨범은 따뜻함과 쌀쌀함이 공존한다. 어쿠스틱 악기를 통해 온화한 기운을 내다가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연약해져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섬세함이 고루 나타난다. 화사한 기타 리프와 맑은 음성이 조화를 이루는 'Parade in my head', 현악기 연주로 청아한 분위기를 내는 'The last day of the season'이 전자라면 보컬에 왜곡을 가해 비애감을 드리운 'Beautiful the freak'이나 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Parable'은 후자에 속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Everything-always'는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노래를 연결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라든가 브라이트 아이즈(Bright Eyes),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향도 나기에 빅 포니의 음악은 인디 록 마니아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설 것 같다. 데뷔 이래 2010년까지 총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캘리포니아 인디 록 신을 이끌어 가는 중인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빅 포니의 자취를 살펴보는 좋은 기회다. 꾸밈없는 솔직함이 편안하게 느껴질 듯하다.

2011/04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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