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적으로 예스러운 느낌이 앨범을 관통하고 있지만, 그것에 전적으로 기대지만은 않는다. 때로는 현재 인기를 얻는 음악 어법을 끌어와 대입하기도 하며, 어떤 곡에서는 보편적인 진행을 엎고 실험성을 기하기도 한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결합해 이질화를 꾀한다. 블루스 록의 외양을 띤 '풍각쟁이', 90년대 초반의 테크노를 연상시키는 '미드나잇 워머', 라틴음악의 정취와 일렉트로니카가 결합한 '다 쓴', 트립 합과 트랜스를 왕복하는 '춤추는 순교자들' 등으로 정차식은 평범함, 단순함과 절교를 선언한다. 질펀하고 화끈하게 한 판 놀아 보기를 염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뇌하는 모습, 비관적인 정서를 표하는 가사도 그의 뚝심 있는 자유로움을 부연한다. 적잖이 별나고, 쉽사리 가늠이 안 되는 작품이다. 이 때문에 정차식을 더욱 눈여겨보게 된다. 황망함에 이어 격동이 설렘과 흥분을 안겼다.
(네이버 2월 셋째 주 이 주의 앨범)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