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Greyson Chance - Hold On 'Til The Night 원고의 나열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와는 다르게 그레이슨 챈스(Greyson Chance)의 음악에서는 어른스러움이 느껴진다. 대체로 또래 가수들은 댄스음악을 주 종목으로 채택하는 반면에 그레이슨은 록에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레논(John Lennon), 엘튼 존(Elton John),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니 음악적 자양분 1순위가 록임을 알게 된다. 여기에 여덟 살 때부터 배웠다는 피아노 연주는 록 사운드를 부드럽게 하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서 유함과 강함이 공존하는 매력을 만들어 낸다.

데뷔 앨범 < Hold On 'Til The Night >는 그러한 이유로 더욱 돋보인다. 그레이슨은 루프에만 의존하는 작금의 팝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 멜로디에 중점을 둔 정제된 곡을 지향하며 프로그래밍의 나열이 아니라 연주에 주력한다. 앨범은 혼란스러운 전자음과 각종 효과음을 거둔 팝 록으로 일관하며, 감정을 자극하는 강렬한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 싱글 'Waiting outside the lines'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유약한 피아노 연주를 통해 본인만의 특징을 마련한다. 현악기 연주가 웅장함을 자아내는 두 번째 싱글 'Unfriend you'는 명료한 후렴구가 곡을 한층 더 시원스럽게 꾸며 주고 있으며, 'Heart like stone'과 'Cheyenne' 역시 건반이 곡을 이끌지만 이전과는 다른 침잠된 기운으로 일관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곡에서 배어나는 어두움, 불안감은 그레이슨의 롤 모델 중 하나인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음을 헤아리게 한다.

스트레이트하고 강하게 내지르는 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쿠스틱함과 특유의 팔세토 창법이 수더분하게 다가서는 'Home is in your eyes', 가벼운 통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변화를 준 음색이 독특한 멋을 내는 'Summertrain'은 그레이슨 챈스를 감각 있는 보컬리스트로 보이게 한다. 피아노는 정식 수업을 통해 배웠지만 어떤 정규 보컬 트레이닝도 받지 않았다는 그가 음색을 바꿔 가며 보컬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꽤나 흥미롭다. 10대 초반임에도 감수성과 표현력이 좋아 노래를 맛깔스럽게 꾸미는 것도 장점이다.

자신과 같은 어린 연령의 음악팬들 감성에 맞춘 노래도 구비돼 있다. 아기자기한 반주, 귀에 빠르게 익는 후렴이 잘 배합돼 절로 어깨춤을 추게 하는 'Little London girl', 컨트리 향이 나는 구성과 밝은 멜로디가 유쾌함을 배가하는 'Stranded'는 흥겨움을 담당한다. 10대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 새로 발매된 스페셜 아시아 리패키지에는 오리지널보다 일곱 편의 노래가 추가됐다. 'Slipping away'에서는 다른 노래들에 비해 현저히 두드러지게 어른스러운 목소리를 내 특별하게 들리며, 'Purple sky'와 'Light up the dark'로는 또다시 그의 나이에 어울리는 밝은 분위기로 전환해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팝 록을 선사한다. 더해진 노래 중 절반 정도는 역시 그레이슨이 작곡에 참여해 유려한 송라이팅 재능을 뽐낸다.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세계적인 스타가 된 필리핀 가수 채리스 펨핀코(Charice Pempengco)와 호흡을 맞춘 'Waiting outside the lines'의 듀엣 버전에서는 두 영재가 빚는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4,500만 누리꾼의 주목을 받은 유튜브의 영상을 그대로 스튜디오로 옮긴 'Paparazzi'는 오직 피아노만으로 뚜렷한 강약과 명확한 전개를 그려 낸다.

그레이슨은 한 인터뷰에서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노래와 음악을 통해 자기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뮤지션을 좋아한다면서 그것을 자신의 노래로 이루는 게 소원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술이나 역량을 키우는 데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진정한 소통을 꿈꾸는 모습이 무척 멋있게 느껴진다. 그는 또 이런 말을 전하며 음악을 하는 자부심을 밝혔다. “음악이 어떻게 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지 깨달았어요. 제가 처음 노래를 불렀을 때 알게 됐지만 이제는 제 팬들의 얼굴에서 감동을 보게 돼요. 그 모습을 더 보고 싶어요.” 이 어른스러움에 그에게 더 반하게 된다. 어린 나이임에도 깊이 생각하고, 실력까지 갖춘 싱어송라이터의 등장을 주목하게 된다.

(음반 해설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