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리스탈 레인(Crystal Rain) - Romantic Blue 원고의 나열

크리스탈 레인(Crystal Rain)은 일렉트로니카, 애시드 재즈, 멜로(mellow)한 느낌의 팝을 모두 아우르는 스타일로 우아함을 발산한다. 마니아에게 향유되는 장르를 다루지만 벽이라곤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누가 들어도, 언제 들어도 편안하고, 까다롭지 않은 것이 크리스탈 레인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정 장르를 추구함에도 그것에 의해 격리되지 않고 다수 청취자를 포섭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첫째로 멜로디에서 기인한다. 산뜻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으며, 때로는 습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무겁게 처지지 않는 선율은 뛰어난 흡인력을 낸다. 여기에다가 반주가 기운을 보탠다. 이들의 전자음악은 결코 강성의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애시드 재즈를 표현한다고 해도 끈적끈적하거나 재지(jazzy)한 향이 물씬 나지 않는다. 댄서블한 느낌만이 존재하는 담백함으로 듣는 이들의 접근을 쉽게 한다. 또 하나, 보컬 크리시(Crissie, 김수정)의 녹녹하면서도 약간은 고혹적인 음성도 한몫 거든다. 그야말로 안락함과 부드러움이 일렁이는 근사한 팝이다.

2007년 가을에 출시한 데뷔 앨범 < Eternal Love > 이후 무려 4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기타리스트 이수진이 빠지고 키보드 연주자 전해일, 드러머 김상헌, 베이시스트 홍세존, 크리시의 4인조 체제로 바뀌었지만 음악적인 기조는 전작과 동일하다. 타이틀곡 'Super star'는 이전과는 다른 빠른 템포가 돋보이지만 간결한 전자음을 입은 하우스와 깔끔한 멜로디의 발라드가 앨범 전반을 차지한다. 대신 중간 템포의 일렉트로팝 'Like a dream'이나 라틴음악의 정취를 띤 'Tiamo', 록과 드럼 앤 베이스를 혼합한 듯한 구성이 독특한 '마네킹'에서처럼 어쿠스틱 기타를 이용해 수수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뜻함에 신경을 쓴 부분이다.

수록곡들은 크리스탈 레인의 주된 무기가 간결한 펑키함임을 주장한다. 'Party tonight'는 디스코 하우스풍의 편곡으로 자연스러운 흥을 내며, 살랑거리는 기타 리프로 임팩트를 준 'Brunch', 신스 루프와 명료한 흐름의 코러스가 강한 인상을 남길 'Fall in love' 등이 그렇다. 과한 꾸밈과 억지스러운 수식을 배제해도 충분히 경쾌할 수 있음을 음악으로 검증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면도 있다. 그룹의 지향이긴 하나 스타일이 데뷔작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아 마치 연작의 한 편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몇 년 터울을 두고 나온 더블 앨범의 다른 한 장을 접하는 것 같다. 여기에는 아우트로('Rain')만 있으나 만일 지난 음반처럼 인트로('In rain')와 아우트로('Out rain')를 마련했다면 노래 수도 같아져서 영락없는 쌍둥이 앨범으로 보였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덜 행해진 게 아깝다.

그럼에도 < Romantic Blue >는 편안한 댄스음악을 희구하는 이에게 보화 같은 작품이며, 국내에 애시드 재즈의 맥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는 나팔수 같은 존재다. 맹렬한 루프만을 노리는 트렌드에 대안이 될 만한 일렉트로팝이다. 이 소중한 움직임이 4년 만에 재개됐다. 반가움이 큰 게 당연하다.

2012/02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아루라 2012/03/25 21:18 # 삭제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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