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음악, 누군가는 주목한다 원고의 나열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만의 빛깔과 스타일을 갖추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노래가 쏟아져 나오고, 시간이 지나기 무섭게 존재의 명멸이 신속하게 거듭되는 시장에서 잠시라도 대중의 시선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예술적인 부분만 따진다면 그것만큼 좋은 방도가 없다. 당장에는 주목받지 못할지라도 그 뮤지션이 뿜어내는 고유의 향과 멋이 있다면 나중에 언젠가는 음악팬 누군가에 의해 포착되게 마련이다. 독창성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소개하는 정소휘, 프리픽스(Prepix)와 글렌 체크(Glen Check)는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모습으로 대중의 눈길을 끌 팀이다. 그 현상이 일거에, 즉흥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여리게나마 발하는 남들과는 다른 성격은 차츰 광도를 높일 듯하다. 그 특성 덕분에 많은 뮤지션 사이에서 도드라져 보이고 있다.

김경호, 적우, 윤수일 등 유명 가수의 세션으로 활동해 온 베이스 연주자 정소휘는 첫 솔로 앨범 < 433 Avenue >를 통해 재즈와 가스펠, 펑크(funk) 등 흑인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들려준다. 대개 연주자의 음반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개인 역량을 집중해서 나타내는 까닭에 ‘실력 과시용’ 족적으로 남게 되는 데 비해 그의 작품은 대중성을 견지한다.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연주곡뿐만 아니라 노래도 구비해 누구든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끔 했다. 주력 품목이 돼야 할 베이스가 청취자의 용이한 접근을 위해 한참 뒤로 물러난 것은 안타깝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발전 가능성, 다채로운 양식을 총괄하는 소화력을 보여줬다.

프리픽스는 가수도 아니고, 뮤지션도 아니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 곡을 쓰거나 연주를 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들은 퍼포먼스를 위한 음악을 한다. 2000년대 초반 결성해 입체적이고 치밀한 동선을 자랑하는 안무로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프리픽스는 3월 초에 발표한 미니 앨범 < Look To Listen >으로 경이적인 춤을 드러낼 판을 마련했다.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묘하고 섬세한 춤사위와 연출력을 한껏 과시한다. 과거 힙합 댄스가 크게 유행했을 때 피플 크루(People Crew)나 DMC(Dance Mania Crew) 같은 댄스 팀이 그 열기에 편승해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픽스는 댄서 본연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한다. 대중음악 퍼포먼스 팀의 첫 등장이라는 사항만으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일렉트로니카가 주류 음악계에서도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상황에서 글렌 체크는 1980년대 감성을 재현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 단지 근래의 문법을 탈피해 복고 노선을 택했다는 것만이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이들의 음악은 팝의 정서와 한국적인, 우리에게 익숙한 정취가 함께 풍겨져 나오는 까닭에 더욱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시골 재래시장에서나 들을 법한, 또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트로트 테이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뽕끼' 가득한 사운드를 동시에 전달해 친근감을 형성해준다. 또한, 결코 템포를 줄이지 않는 발랄한 곡들은 그룹의 정체성을 부연한다. 춤추고 싶은 사람들과 무조건 신나는 음악을 찾는 이들이 떠받들 수밖에 없는 명쾌한 경구의 제시. 글렌 체크는 독립된 브랜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한동윤)

2012 03/27ㅣ주간경향 96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