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여가수 포크 편중현상 원고의 나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여성 뮤지션들의 현재 모습은 참담하기만 하다. 헐벗음을 강요당한 채 뭇 남성의 환호를 끼니 삼아 기획사 사장의 배를 불리는 시녀 노릇을 하는 이가 대다수요,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가수가 뜨고 지고를 반복하는 살벌한 경합의 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본업인 음악 외의 일에도 충성을 다하는 무리를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각종 오디션을 찾아 나서고 기획사의 문을 쉼 없이 두드리는 예비 여가수들 또한 상당수니 이 혹독한 광경이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은 뻔하다. 참으로 참담하다.

현란한 춤과 반반한 외모, 반라의 의상만이 전부가 아니라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와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노래 실력을 뽐내는 가수들도 있다. 기량을 검증하고 관객과 시청자로부터 뒤늦게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남자 가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어차피 방송을 위한 소비재에 불과하며, 본인에게 점수를 줄 관객의 보편적인 기호를 충족하는 데에 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러한 연유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선택하는 데에도 사실상 자유롭지 못하다. 진정으로 처량하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류에 한정되는 얘기다. 언더그라운드로 들어가면 오로지 섹시함을 앞세우는 여가수들의 범람 형국과는 이별이다. 그러나 근래 비주류 음악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여가수들의 지형도 역시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솔로든 그룹이든 엇비슷한 형식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사정이 부정적인 판단을 이끄는 주 요인이다. 일상적이거나 소녀 감성을 띤 아기자기한 노랫말,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 위주로 꾸민 단출한 연주의 포크류가 집중적으로 출현하는 중이다. 다양성과 참신성을 기본 덕목과 주 무기로 삼아야 할 언더그라운드의 한편이 심심한 일반화 증상을 겪고 있다.

5월 초 새 미니 앨범 < 서로 >를 발표한 옥상달빛과 열세 곡이 수록된 < 4 Luv >로 데뷔한 희영, 이들보다 앞서 4월 중순에 <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 >이라는 데뷔작을 취입한 강아솔, 비슷한 시기에 2집 < Looking Around >를 선보인 제이 래비트(J Rabbit), 민중가요 노래패 < 우리나라 > 활동하다가 첫 솔로 음반을 낸 달로와, 4월 초 < 있는 듯 없는 듯 >을 낸 곽푸른하늘 등은 포크나 포크 록을 자신의 음악 언어로 채택한 이들이다. 최근 한 달 동안 포크 음악이 아닌 작품을 발표한 언더그라운드 여성 음악인은 보사노바 보컬리스트 나희경과 비정형의 특이한 노래로 주목받는 신인 듀오 무키무키만만수 정도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포크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의 음반 발표 시기가 겹쳐서 괜히 더 많아 보인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래 2, 3년간 포크는 비주류 음악계를 장악하다시피 할 만큼 예년에 비해 많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포크의 빈번한 등장을 납득할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소자본으로 음악을 제작하고 소규모 공연장 위주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에게는 최적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한을 극복해야 할 근거 또한 명확하다. 워낙 시장이 좁다 보니 금세 포화상태가 되고, 따라서 다들 거기서 거기로 비칠 공산이 큰 까닭이다. 그렇게 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관능미만 추구하다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주류 음악계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언더그라운드란 상업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개성을 발휘하며 꾸준히 새로운 것을 실험하는 장의 대명사다. 하지만 그 의미가 무색해지는 듯해 다소 염려스럽다. 언더그라운드가 동맥경화에 걸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동윤)

2012 05/22ㅣ주간경향 9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