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은 '껭스타랩' 원고의 나열

이들의 노래를 듣고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음악에서 얄팍함과 서투름을 느껴서 짓는 비소가 아니라 순전히 유쾌하고 만족스러워서 크게 터뜨리는 폭소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 앨범 가운데 가장 재미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개그맨 정형돈과 힙합 뮤지션 데프콘(유대준)이 결성한 형돈이와 대준이의 미니 앨범 < 껭스타랩 볼륨1 >을 듣는다면 분명히 웃음 짓게 될 것이다. 그 성능은 정말 탁월하다.

이들은 유행어를 들이밀거나 젊은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은어를 남발하는 꼼수로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야기에 집중한다. 많은 이의 공감을 살 소재를 정확하게 활용하고, 현실성이 차고 넘치는 상황을 설정해 즐거움을 자아낸다.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는 애인과 헤어진 뒤에 슬픔을 겪을 때, 여자 친구는 이미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으며 이별에 개의치 않고 잘 놀고 있을 거라면서 비관적이지만 누군가는 체험했을 법한 실상을 연출해 공감을 구한다. '되냐 안 되냐'에서는 남자라면 백번 공감할 연애 중에 겪는 불공평한 일들을, '올림픽대로'에서는 서울 변두리에 사는 이의 애환을 토로한다. 악랄한 여자를 만나고, 데이트할 때 거의 종이 되다시피 하고, 서울 중심지에 살지 않는 것이 어떤 일을 완수하는 데에 커다란 장벽처럼 느껴진 적이 있는 사람들은 박수까지 치며 동감의 뜻을 내보일 것이다. 친숙함을 제공하는 보편성, 자리를 제대로 찾은 적확한 표현으로 알찬 재미를 확보했다.

게다가 각 절과 코러스도 귀에 잘 들어오게 만들었다. 랩의 흐름과 각운을 최대한 단순하게 꾸려서 조금도 까다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형돈과 데프콘이 번갈아 가며 펼치는 래핑은 멤버들의 파트를 균등하게 나누는 작업의 실현 외에도 청취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주고받기)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단출하다 못해 허름해 보이는 반주는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랩, 가사에 집중하게 하고, 진지함을 제거해 편안함을 띠려는 의도된 연출로 해석된다.

개그맨과 음악 무대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가수가 만났으니 이들이 내는 익살스러움이 당연하다고 보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데프콘은 원래 상당히 거칠고 파격적이며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음악을 해 왔다. 2004년에 발표한 '힘내세요 뚱!'이 미온적이나마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코믹한 면이 부각됐고 그때부터 그 캐릭터가 유지되어 왔을 뿐이다. 이번에는 재미와 더불어 데뷔 초기의 남성적인 부분까지 어느 정도 끌어안고 있기에 데프콘다운 작품이라 할 만하다.

형돈이와 대준이는 그저 웃음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이 음반의 또 다른 매력은 주제의 일관성이다. 왜곡해서 표기한 '껭스타랩'이라는 앨범 타이틀이 지향을 압축한다. 갱스터 랩(gangsta rap)은 힙합의 하위 장르로, 폭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고로 여자를 업신여기는 가사가 특징이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도 주로 남성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여기에 유쾌함을 가미해 전혀 혐오스럽지 않은, 귀엽고 순박한 그들만의 마초이즘을 빚어냈다. 으슥한 인상을 주는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 건달들처럼 옷을 입고는 눈에 힘을 주고 찍은 재킷 사진 역시 갱스터를 묘사한 것이다. 이와 같은 통일성 덕분에 앨범은 더욱 훌륭하게 여겨진다. 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은 작품이다.

(한동윤)

2012 06/19ㅣ주간경향 980호


덧글

  • 담요 2012/06/13 19:55 # 삭제

    아, 정말 최근에 우울한 기분을 싹 씻어준 노래들이어요. 무대 보고도 완전 빵터진.
  • 한동윤 2012/06/18 20:12 #

    방송에서 부르는 건 못 봤어요. 보고 싶은데~
  • 읍내동아이 2012/06/13 21:07 #

    오랜만에 유쾌한노래였어요. 가사가 UV처럼 재치만점이던데욬ㅋㅋㅋㅋ 근데 가벼운내용만 있는게 아니라서 더더욱 좋았어요.
  • 한동윤 2012/06/18 20:14 #

    유브이와는 다른 매력이 있죠~ 그쪽은 댄스음악이고 이쪽은 힙합이 더 중심이고~
  • 칼라이레 2012/06/14 04:23 #

    앨범 정말 잘 만들었더라구요. 가리온과는 딱 대척점에 있는데 '한국'이라는 길에서 하나가 되는게 ㅎㅎ
  • 한동윤 2012/06/18 20:15 #

    코미디 힙합의 새로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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