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해도 기억해야 할 음악 원고의 나열

2012년도 반환점을 돌아 어느덧 7월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우리 대중음악 시장의 대부분은 예년과 다름없이 자본이 육성한 아이돌 그룹이 장악했으며, < 나는 가수다 >와 < 불후의 명곡 >에 출연한 가수들이 부른 리메이크곡들이 나머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결국 지난 상반기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이 주목받고, 그 방송을 탄 노래가 잘 팔리는, 씁쓸하지만 보편적인 실상을 증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주류 뮤지션들은 부지런히 '자기 주도 청취'를 하는 열혈팬 외에는 관심을 구할 데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만저만 섭섭한 게 아니다. 이와 같은 정황 탓에 준수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시선에 들지 못한 앨범들을 소개해 본다. 지나쳐버리면 안 될 상반기의 우수 작품들이다.

청각 신경을 신속하게 휘어잡을 인상적인 네 마디 만들기와 빠른 진행이 히트를 위한 기본 덕목이 된 시대에 5인조 밴드 미틈(MITM)은 그런 경향에 부합하지 않는 음악을 들려줘 더욱 독특해 보인다. 가사는 몇 줄 되지 않음에도 멜로디 호흡을 길게 가져가거나, 절과 절을 바로 연결하지 않고 패턴에 변화를 준 연주를 삽입하며, 최근에는 거의 빼기에 바쁜 후반부 브리지에 무게를 싣는 등 무모할 정도의 용감함을 드러낸다. 수록곡들의 재생 시간은 평균 5분에 육박해 웬만한 노래들보다 길기까지 하다. 이는 이 밴드의 지향이 얼마나 확고한가를 설명해주는 척도이자 증거다. 미틈은 연주 자체보다는 침잠된 분위기와 음악적 질감의 표현에 집중하는 드림 팝(dream pop)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 음악의 오묘함과 복잡함은 상업적 성공에 굴종하지 않는 멋진 고집이다.

2007년 데뷔한 크리스털 레인(Crystal Rain)은 일렉트로니카, 애시드 재즈,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의 팝을 모두 아우르는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마니아에게 향유되는 장르를 다루지만 까다롭지 않고 편안하다는 것이 이들의 최대 매력일 것이다. 4년 반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은 산뜻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으며, 때로는 습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처지지 않는 선율로 흡인력을 획득한다. 여기에 시끄러움과 끈적끈적함을 제거해 담백함이 묻어나는 연주를 통해 마니아 음악이라는 느낌을 섞었다. 맹렬한 리듬만을 노리는 작금의 전자음악, 댄스음악 추세에 대안이 될 작품이다.

스스로를 월드 뮤직 밴드라 칭하는 옥스(Aux)는 ‘한국 음악의 대중적 접근’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8년 결성됐다. 그 방향에 걸맞게 이들은 한국 전통음악을 대중음악의 여러 양식과 결합해 부담스럽지 않은 모양으로 빚어내고 있다. 기존에 나온 전통음악 퓨전 작품들 중 일부는 대중으로의 접근성 강화라는 미명 아래 히트곡을 재해석하는 데에 급급하거나 심지어 전통악기로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타협을 행해 안타까움을 안기기도 했지만, 옥스는 전통음악의 뿌리를 굳건히 한 퓨전을 선보인다. '춘향가' 일부를 차용한 '사랑가 (Love Song)'는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사랑 노래이면서도 '사랑가' 본래의 중중모리 장단을 후반부에 배치해 속도감과 한국 전통음악의 멋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태평소 연주와 창을 일렉트로니카와 록의 반주에 혼합한 '버럭 (Bu Ruk)'은 우리 전통음악의 전위적인 승화라 할 만하다.

(한동윤)

2012 07/17ㅣ주간경향 984호


덧글

  • 2012/07/31 11:40 # 삭제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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