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의 존재 가치 원고의 나열

공중파 방송의 음악 프로그램은 암묵적으로 말한다. 이 땅의 대중음악 장르는 오로지 댄스와 발라드밖에 없다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비슷한 생김새의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그만그만한 형식의 댄스곡과 현악기 연주를 덧댄 최루성 발라드만이 포진해 있을 뿐이다. 대중음악계의 획일화를 도모하는 역군이 따로 없다.

이 비루한 현실 탓에 록 음악의 존재 가치는 더 크게 느껴진다. 록은 음악가 개개인이 다양한 스타일을 내세움으로써 평균적인 감수성을 지향하는 주류 대중음악을 견제하며 시장의 균형을 잡아 주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음악계에 만연한 기획사에서 가수를 양성하는 체제와 달리 록 음악은 밴드 구성원들이 음악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 어떻게든 찰나의 유행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량을 연마하며 문제의식을 확장해 가기에 뮤지션으로서 긴 생명력도 담보하게 된다. 여기 소개하는 세 밴드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어도 그렇게 활동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줏대 있는 음악으로 황폐한 시장을 보완해 줄 록 뮤지션들이다.

'다크 앰비션(Dark Ambition)'은 헤비메탈 중에서도 국내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은 멜로딕 데스 메탈을 추구해서 희소성 있는 밴드다. 2002년 결성해 활동 10년째를 맞는 이들은 지난 7월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Gallows Of Empire'로 여전히 근사한 음악을 선보인다. 전작에서 행했던 국악, 오페라 퓨전은 없으나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조, 속도감 있는 전개, 규모가 크게 느껴지는 편곡으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 장르의 특징인 위악적으로 으르렁거리는 보컬 때문에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다. 그러나 향유하는 층이 그리 두껍지 않은 음악을 10년 동안 해오고 있는 모습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청주 출신 펑크 밴드 '공격대' 역시 활동한 지 10년이 됐다. 지난 10년간의 궤적을 담은 첫 정규 앨범 'Decade'는 펑크 특유의 단순한 연주에 실은 청춘의 이야기가 무척 시원스럽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젊은 시절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 잡다한 상념, 또는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는 내용은 현실을 사는 청춘의 삶을 반영한다. 주야장천 사랑을 읊어 대는 주류 대중음악과 다르게 생활에 밀착한 가사는 청취자의 공감을 빠르게 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들은 국악기를 반주에 들이기도 하는데, 그것이 펑크와 조금도 어색함 없이 융화한다. 이런 방식을 특화한다면 더욱 재미있고 독특한 한국적인 펑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격대가 남성적인 강한 펑크를 들려준다면 혼성 3인조 '룩 앤 리슨(Look And Listen)'은 데뷔작 'Ready To Go'를 통해 아기자기하고 발랄한 펑크를 연출한다. 특히, 1950년대 분위기가 나는 로큰롤 스타일을 곁들여 연방 흥을 돋우는 것과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선율의 코러스는 최대 매력이다. 여기에 소녀 감성이 묻어나는 노랫말이 더해져 펑크가 태생적으로 갖는 공격적이고 거친 기운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음악을 한결 가볍게 느껴지도록 해준다. 풋풋함 안에서 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한 확고한 강령과 표현력이 돋보인다.

(한동윤)

2012 08/21ㅣ주간경향 989호

- 원하던 제목은 아니었는데... 데스크에서 붙였으니 어쩔 수 없지.


덧글

  • 오리지날U 2012/08/18 00:34 #

    맘에 들면 뭐든지 듣는 잡식성이긴 한데..
    확실히 요즘은 음악이 획일화 된 것 같아 조금 아쉬워요 =ㅅ=
    [니가 노래를 얼마나 들어봤냐] 이러는 분들도 가끔 있던데..
    전 그냥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아도
    좀 더 쉽게 다양한 장르에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됐음 좋겠어요.
  • headx 2012/08/18 02:16 #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갈수록 음악성은 떨어지고 상업성은 높아지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음악을 팔려고 만들어내니 수준들은 크게 달라지지 못 하는 것 같네요.
  • 대석 2012/09/28 07:36 # 삭제

    작용만큼 반작용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도 이후 활동이 없던 시나위가 하필 (공중파 방송의 음악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를 통해 컴백을 했다는 거, 나름 큰 사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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