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올드 힙합 키드(Too Old Hip-Hop Kid, 2011) 스크린 상봉

* 평 자체가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영화 보실 분은 가급적 보지 마세요.

구성은 굉장히 평이하다.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정직하게 느껴질 만큼 단순한 나열식이다. 그리고 이 문제제기에 대해서 감독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로 출발한다. 이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감독이 이야기하려는 바가 어느 정도 뚜렷하다는 근거이니까.

결국 스토리는 고민의 지지부진한 반복에 머문다. '이상을 좇을 것인가? 현실에 타협할 것인가?', '가난하고 볼품없어도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것인가? 내 주변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 보통 사람들처럼 보통의 삶을 살 것인가?' 각각의 반대되는 입장이 번갈아 가며 나올 뿐이라서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보는 내내 피곤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다행은 그 입장들을 극적 긴장감으로 살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꼼수로 연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독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또 아쉬운 것은 영화는 '힙합 해서는 웬만해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인식을 깔고 시작한다는 부분이다. 전적으로 참인 명제는 아니지만 대체로 맞는 의견이라서 보는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길 것 같다. 어디 힙합만 그렇겠는가. 누구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또 여기서 다행이다. 어떤 이상 때문에 돈벌이를 목적으로, 내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현실의 무언가를 해야 하는 보편적인 상황을 극대화해서 나타냄으로써 출연자를 딱하게 그리는 진부한 구성의 다큐멘터리가 왕왕 있으나 < 투 올드 힙합 키드 >에서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다. 상투를 벗어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출연자들의 삶이 확고해서 그런 일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장면은 투게더 브라더스의 지조(민주홍)가 지역 행사 사회를 보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이로써 신파는 면했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심심함은 출연자들의 대사가 상쇄해 준다. 정대건 감독의 어머님, 지조가 단연 일품. 간간이 나오는 프리스타일 랩보다 훨씬 더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디제이 샤이닝 스톤 덕분에 빵 터지는 부분이 있다. 이것 외에 힙합을 몰라도 대한민국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 작품에서 나타나기에 20대가 볼 만하다. 이상과 현실, 이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다면 생각이 낡지 않았다는 것 아닐까 싶다.

덧글

  • 시네마달 2012/09/06 13:33 # 삭제

    안녕하세요 한동윤 평론가님^^ <투 올드 힙합 키드> 배급사 시네마달입니다.
    좋은 리뷰를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투 올드 힙합 키드>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hiphop_kid) 로 담아가도 괜찮을까요?
  • 한동윤 2012/09/06 14:19 #

    네, 영화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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