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엘 카스타(El_Casta) - Dam Burst! / The Galaxy Revisited 원고의 나열

쉽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많은 사람이 '일렉트로니카' 하면 떠올릴 댄서블한 요소는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으나 그것에 줄곧 주력하지만은 않는다. 수록곡들이 저마다 제시하는 화두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어떠한 이야기나 문제를 한 번 더 고민하고 상상하게 한다. 그 순간순간은 때로는 미묘하며, 때로는 직설적이다. 신인 듀오 엘 카스타(El_Casta)의 이 앨범은 그래서 난해하게 느껴지고, 또한 흥미롭다.

초입에 자리 잡은 세 곡은 제목부터 묵직함이 느껴진다. '모더니즘의 비판적 수용', '종의 기원', '발명의 발견'은 인문학과 관련한 사유를 공유하려는 곡들임을 짐작하게 되나 엘 카스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처음 두 곡은 가사가 전혀 없으며 '발명의 발견'은 가사가 있다고 해도 '발명의 발견은 모두를 흥분케 했다 / 발명의 발견은 모두를 망쳐 버렸다 / 발명의 발견을 돌이킬 방법은 없다 / 발명의 발견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해야 올바른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견지는 나타나더라도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도적인 청취자라면 이 짧은 노랫말을 들으면서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사안에 대해 한번쯤은 문제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짧은 문장 몇 줄만으로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경부고속도로'는 개발과 공사가 능사인 줄 아는 현 정부에 대한 유쾌한 비판이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을 입혀 새롭게 윤색한 '도시가스 revisited'는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의 서러움을 '도시가스 끊겨 버린 그날부터 내 방은 너무 추워'라는 단 한 줄로 압축해서 표현한다. 명확하게 의도를 전달하는 표현력이 돋보인다.

대부분의 곡들은 그러나 가사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부클릿에도 그 어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청취자는 감상에 더해 이 그룹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불친절한 구성은 감상자들의 자유로운 판단의 공간을 열어 주기에 흥미로움을 배가한다.

엘 카스타의 음악은 일렉트로니카의 다양한 영역을 감싸고 있기에 구미를 더욱 자극한다. 이주노의 '무제의 귀환(舞帝의 歸還)' 일부와 유사한 '모더니즘의 비판적 수용'은 브레이크비트, '세개의 세계' 역시 비슷한 형식에 인도 전통음악 요소를 가미해서 이채로움을 내며, 'Phobia revisited'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 Human After All >을 떠올리게 하는 일렉트로닉 록을 선보인다. 범패(梵唄, 불교 의식음악)를 접목한 'Hello world!'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he great gig in the sky'를 전자음악으로 구현해 보려는 노력으로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컷 앤 페이스트식의 샘플링보다는 신시사이저로 곡을 소화하는 까닭에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잔향이 느껴진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곡은 '공포의 전화기'다. 불편하게 들리는 전화벨을 반복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핑크 플로이드가 'Money'와 'Time'에서 행했던 방식의 모방처럼 보인다. 전화벨이 루프가 되어 곡을 장악하는 동안 노래는 통화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건넨다. 단절과 완전한 소통, 이 사이에서 느끼는 화자의 불안감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운드의 세공 부족, 효과음을 동원하거나 확실한 완급을 통해 음악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더 친절했으면 하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한치(Hanchi)와 클레이더(Clader)로 구성된 엘 카스타의 본 작품은 분명 특색 있다. 무의미한 소비 지향적인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에 머물지 않고 생각에 윤활유를 뿌려 주기 때문이다. 신생 레이블 쿵짝쿵짝 연구소와 그곳의 첫 발자취인 엘 카스타를 돋보이게 할 앨범이다.

2012/09 한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