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리(Morrie) - 음악이 사라졌습니다 원고의 나열

'어쩜 이렇게 그대로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때 종종 주고받는 말이다. 모리(Morrie)의 첫 음반을 들었던 이라면 자연스럽게 그 말을 꺼낼 법도 하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의 음악은 데뷔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변하지 않은 모습이 왠지 모르게 더 반갑다.

반가움이 더한 것은 노래가 여전히 순수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낭랑한 음성, 곡과 반주가 만들어 내는 담백함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모난 구석 없이, 툴툴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도 다름없다. 소녀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화사하고도 아기자기한 언어, 손으로 쥐고 싶은 예쁘장한 이미지의 전개 또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 천진난만하고 맑은 공기가 재현되니 만남이 기쁜 게 당연하다.

사실 누구든 변한다. 당사자가 아니면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아예 못 알아볼 정도로 모리의 음악적 변동이 희미하지는 않다. 가장 먼저 감지되는 부분은 노랫말이다. 데뷔작 < 당신이 행복하다면 이 음악은 듣지 마세요 >는 모든 노래의 가사가 영어였던 반면에 여기에서는 우리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1집은 영어 가사 때문에 자연스럽고 신속한 소통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영어가 주류 댄스음악 가수들처럼 여기저기서 질서 없이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아무 데서나 솟구쳐 올라 흐름을 끊는 것이 아니라 곡의 심상을 응축하는 표현 정도로 절제돼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분위기일 것이다. 전작은 비교적 밝았지만 지금은 대체로 얌전하고 조용하다. 발랄함을 극대화하는 주요 도구인 벨소리와 경쾌함을 살리는 뚝뚝 끊는 연주는 2집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La la la'가 그나마 환한 편이지만 1집 수록곡들에 비해서는 낮은 채도다. 침울하지는 않더라도 확 낮아진 톤이 의아하다.

침착해진 분위기가 오히려 편안한 감상을 유도한다. 깨끗하게 울리는 코러스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Love fool',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가 아담하게 흐르는 가운데 현악기가 더해져 그윽함을 자아내는 '안녕 & 안녕', 지난 인연에 대한 그리움을 엷게 편 '기다릴게'와 'Beautiful'은 듣는 이들을 모리의 감정에 조용히 동화시킬 노래들이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음미하기에 좋은 참한 선율이 이어진다.

모리의 음악은 분명히 변했고 전작과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특유의 영롱함은 조금도 바라지 않았다. 더 나아 보이려고 억지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매우 정감 간다. 모리만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반갑다.

2012/09 한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