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Shadow - Reconstructed: The Best Of DJ Shadow 원고의 나열

명망 있는 매체들이 '올해의 앨범'에 꼽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 Endtroducing..... > 이후 디제이 섀도(DJ Shadow)는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믹스 앨범을 만들고, 뉴욕 노숙자들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 다크 데이즈(Dark Days) >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 갔다. 두 번째 정규 앨범 < The Private Press >는 첫 앨범의 복잡함보다는 트립 합과 드럼 앤 베이스의 성격이 강했다. 2006년 선보인 3집 < The Outsider >로는 소울, 펑크(funk), 스포큰 워드, 펑크 록,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Bay Area)에서 발생한 힙합 장르 하이피(hyphy) 등 광범위한 장르를 나타냈다. 2011년에 공개한 네 번째 음반 < The Less You Know, The Better >에서도 다양한 장르에 대한 탐구가 이어졌다. 힙합을 비롯해 헤비메탈과 록, 브레이크비트 등 한 사람이 생산한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러 형식이 터져 나왔다. 섀도는 이렇듯 계속해서 표현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 Reconstructed: The Best Of DJ Shadow >는 그런 의미에서 디제이 섀도의 방대한 스타일과 그동안의 궤적을 살펴보기에 좋은 작품일 것이다. 기존에 나온 컴필레이션은 초창기의 습작들이나 리믹스, 콜라보레이션을 취합한 것이 많았던 반면에 이 음반은 정규 앨범 수록곡 위주로 된 선별에, 양을 감안한 두 장의 CD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믹스 버전을 아울러 EP로만 만날 수 있던 곡들도 쉽게 감상하게 됐다. 근 20년에 달하는 긴 세월 동안 그가 내디딘 발자취가 담겨 있다.

첫 CD의 첫 곡인 'Midnight in a perfect world (Extended Vision)'은 섀도의 음악 세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트립 합을 대표한다. < Endtroducing..... >에 실린 앨범 버전과 달리 두 배 이상 긴 러닝타임이 후반부에 집중되는 극적 감흥을 살려 준다. 원래의 접속곡 형식에서 분리된 'Stem'은 으슥한 분위기가 흠씬 묻어나며, 1980년대의 신스팝 곡을 떠올리게 하는 'Blood on the motorway'는 계속되는 패턴 변화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트립 합 특유의 멋을 제대로 전달한다. 'Building steam with a grain of salt'는 변칙적인 드럼 프로그래밍과 보컬이 돋보이고,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가 보컬로 참여한 엉클(UNKLE) 시절의 'Rabbit in your headlights'는 톰 요크의 목소리로 인해 처연함이 짙게 밴 트립 합이다. 'In/Flux'의 사이드 트랙이었던 'Hindsight'와 'Lost and found (S.F.L.)'로는 초창기의 스타일을 알아보기에 적합하다.

비트가 아닌 보컬을 강조한 노래도 다양함을 표하는 큰 부분이다. < The Less You Know, The Better >에 수록된 'I've been trying'은 블루스, < The Outsider >의 'This time (I'm gonna try it my way)'는 고전 소울을 재현하며, 스웨덴 팝 밴드 리틀 드래곤(Little Dragon)이 참여한 'Scale it back'은 네오 소울, 모 왁스(Mo' Wax)의 창립자 제임스 라벨(James Lavelle)과의 프로젝트인 엉클의 데뷔 앨범 < Psyence Fiction >에 실린 'Lonely soul' 역시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소울의 모습을 갖춘다. 'You made it'은 어쿠스틱한 록이라서 또 이채롭다.

힙합과 바운스감 있는 음악도 디제이 섀도의 장기다. 록과 힙합, 일렉트로니카 요소를 한데 섞은 'I gotta rokk', 재즈, 펑크(funk), 블루스 록이 혼재된 'Skullfuckery', 뒤로 갈수록 속도를 높이며 팽팽한 구성을 보이는 'You can't go home again', 남부 래퍼 데이비드 배너(David Banner)가 참여한 'Seein' thangs'가 그러하다.

프로듀서, 비트 메이커를 꿈꾸는 전 세계의 수많은 예비 뮤지션들에게 디제이 섀도의 음악은 교본과도 같다. 초기에는 전에 없던 실험성과 독창성으로 주목받았지만 단단한 짜임새와 완성도 면에서도 그의 음악은 최고로 추앙받는다. 인스트루멘틀 힙합, 트립 합, 앰비언트, 일렉트로니카와 록까지 대중음악의 핵심적인 면면을 아우르는 것이 섀도의 음악이다. 그 어마어마한 스펙트럼을 < Reconstructed: The Best Of DJ Shadow >가 다루고 있다. 정말 알찬 컴필레이션이다.

2012/09 한동윤

음반 해설지 일부

덧글

  • 젯슨퐉 2012/10/14 22:32 #

    음...DJ Shadow의 정체성은 Midnight in a perfect world와 Organ Donor Extended Overhaul의 중간 어드메쯤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the outsider에서 느꼈던 이질감은 뮤지션의 스펙트럼을 넓혔지만
    저 같은 청자는 섀도 음악을 안듣게 하는 원인이었기도 했지요.....
    이전에도 록과의 접목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좀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어쨌든 트립합과 턴테이블리즘을 다르다고 본다면
    트립합과 턴테이블리즘이라는 두 LP를 투 턴테이블 위에 올려놀고
    믹서의 페이더를 두 손가락으로 자유롭게 DJing 몇 안되는 뮤지션인 것 같습니다.

    ps....섀도가 참여한 UNKLE 앨범을 한번 더 보고 싶다는 바램이 쬐금 있긴 합니다. :)
  • 한동윤 2012/10/16 18:38 #

    힙합 팬들한테는 아웃사이더 앨범이 개종이자 개량이자 이질적인 음악의 집합이었을 거예요. 이것저것 많이 다루다 보니까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때는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년에 나온 앨범을 듣고 나서 다시 들으면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나스처럼 첫 앨범의 인상이 강해서 괜히 홀대받는 인물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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