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펠라 음반, 게다가 창작곡으로 원고의 나열

지난 10월 말 특별한 음반 두 장이 나왔다. 7인조 남성그룹 라울(ROUL)의 데뷔 앨범 < 라울 >과 4인조 혼성그룹 아카시아(Acacia)의 첫 번째 정규음반 < 아카시아 원(One) >이 그 주인공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공산이 크다. 하지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있다. 아카펠라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의 앨범이기 때문이다.

15세기 후반 유럽 교회에서 발생한 무반주 합창을 가리키는 이 양식은 대중에게 생소한 대상은 아니다. 1990년대 들어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올 포 원(All 4 One) 등 아카펠라를 주특기로 내세운 보컬그룹이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이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국내에서는 1993년 아카펠라 전문그룹 인공위성이 데뷔한 이후 솔리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낯선 사람들의 '낯선 사람들', 조규찬의 '아노미(Anomi)' 같은 노래들로 아카펠라가 전파됐다. 또한 이 형식을 빌린 CM송도 많았으니 어색함과는 거리가 멀다.

애석하게도 대대적인 유행으로 일지는 못했다. 현재 스윗 소로우와 울랄라 세션, 혹은 노래 실력과 음악성을 인정받으려는 몇몇 아이돌 그룹이 아카펠라를 선보이긴 해도 그 형식을 메인 메뉴로 채택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카펠라 전문그룹들의 활동이 주로 소규모 공연에 머무르는 탓에 쉽게 접할 수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아카펠라 음반 두 장이 출시됐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라울은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춘 노랫말을 가벼운 멜로디와 반주로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랑에 관한 풋풋한 감정 표현과 어떤 곡에서든 발랄한 기운을 견지한 반주는 누구나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대중적이고 감상하기에 무난하지만 이것 외의 매력은 발견되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일곱 멤버가 만들어내는 반반한 화음은 기본에의 충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한다.

아카시아의 앨범은 기발한 기획과 섬세한 해석이 돋보인다. 단순히 하모니만 빚는 것에 머물지 않고 구상한 이야기의 특정 장면이나 순간을 소리로 부각해서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멤버별 파트 명칭으로 재미있게 모양낸 '우리는 아카시아'나 난폭운전을 일삼는 이의 생활과 심리상태를 영화같이 꾸민 '비켜' 등은 아이디어와 세심한 풀이가 빛난다. 여기에 '돈별곡', '비켜'처럼 일상생활에서 찾은 소재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작품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멤버들의 고운 하모니와 소박한 가사도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다.

아카펠라는 듣기에는 편안할지 몰라도 한 편의 노래를 완성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고를 수반한다. 그 어떤 장르보다 꼼꼼한 계획과 구성원의 바른 화합을 요하는 까닭이다. 구성과 제작에 관련한 어려움 때문에라도 비근하지 않은 음악이 된 지 오래다. 더군다나 주류 음악계는 댄스곡 일색이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순전히 창작곡으로 채워진 아카펠라 음반이 두 장이나 나왔다. 실로 놀랍고 환영할 일이다.

(한동윤)

2012 11/13ㅣ주간경향 10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