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어쿠스틱 기타 듀오 2km의 데뷔 앨범 [Almost There] 원고의 나열

기악곡, 즉 연주 음악이 대중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음악팬을 끌어당기는 잠재력만큼은 그 어떤 장르에도 뒤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노래와 달리 가사가 없어서 더 담백하게 다가오고, 이것이 청취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주 음악에 부담감이나 불편함을 느낀다는 이는 극히 드물다. 숙면이나 휴식을 돕는 기능성 편집 음반의 내용물이 대부분 연주곡으로 꾸려지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에서다. 안온감의 공급은 연주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기악은 듣는 이의 상상을 부추겨 준다. 보통의 노래를 접할 때 청취자는 가사를 통해 노래 속 이야기의 진행 상황이라든가 화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반면에 연주 음악은 노랫말의 부재로 창작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즉각적으로 인지하기는 어렵다. 앨범 부클릿에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이상, 그 해석은 온전히 청취자의 몫이 된다. 듣는 이는 곡이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선율과 구성을 헤아려 보면서 만든 사람의 의도를 유추하기 마련이다. 연주 음악의 다른 매력은 상상력의 자극이다.

박경호와 염승재로 구성된 어쿠스틱 기타 듀오 '2km'의 데뷔작 [Almost There]는 일련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때로는 명랑하고, 때로는 차분함을 우선에 둔 곡조는 안락함을 제시하며, 각각의 곡은 저마다 다른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해 듣는 이를 공상의 터로 이끈다. 2km가 펼치는 주악(奏樂)은 4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청취자로 하여금 연주 음악의 독특한 매력을 만끽하게 할 것이다.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멤버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염승재는 퓨전 재즈 그룹 푸딩(Pudding)과 에스닉(ethnic) 밴드 두 번째 달, 앨리스 인 네버랜드(Alice In Neverland)를 거쳐 오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특히, 두 번째 달은 2006년 열린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신인',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등 총 3개 부문을 석권하며 평단으로부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두 번째 달의 데뷔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드라마 [궁(宮)]과 [아일랜드], 여러 CF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막강한 대중성도 행사했다. 또 다른 멤버 박경호는 이은미, 휘성, 김범수 등 스타 가수들의 세션 연주자로 활동했으며, 2004년 베테랑 연주자들과 모이다 밴드(Moida Band)를 결성해 대한민국 퓨전 재즈계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08년에는 솔로 음반 [RudGh's Style]을 발표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영역을 확장했으며, 소프트 록과 블루스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려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둘 모두 음악계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다.

두 숙련가의 조합이 단순히 멋진 연주의 담보를 가리키지만은 않는다. 피아노를 제외한 모든 아날로그 악기는 홀로 멜로디와 코드를 동시에 소화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기타 역시 마찬가지다.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뭉쳤다는 것은 표현 범위의 확장과 소리의 풍성한 묘사가 가능해졌음을 암시한다. 물론 다른 악기를 들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으나 이들은 오로지 기타로만 모든 것을 완수한다. 기타 듀오라고 해서 일본의 데파페페(Depapepe)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스트링과 퍼커션, 키보드 세션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지만, 2km의 첫 앨범에는 두 대의 기타만 존재한다.

새로운 연주 팀이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두 멤버는 공통적으로 재즈를 주로 해 왔으나 이번에는 기존에 하던 음악 대신 전혀 다른 양식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바라기, 유리상자처럼 연주와 노래를 병행하는 그룹과 함춘호, 박주원 등 기타 솔로이스트는 많았지만, 연주만 하는 팀은 2km가 처음이다. 종래의 활약과 관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양식을 탐구하고 개척하려는 모습은 진정 아티스트답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대중은 색다른 포맷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됐다.

2km가 표현하는 영역은 팝, 재즈, 클래식적인 요소를 두루 걸치고 있다. 이 특성으로 인해 일본의 또 다른 기타 듀오 곤티티(Gontiti), 이제는 영화음악 감독으로 더 유명한 ‘이병우’,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기타리스트 얼 클루(Earl Klugh) 등의 뮤지션과 비교해서 듣는다면 흥미로움은 배가될 것 같다.

다시 관건은 감상이다. 박경호와 염승재의 연주를 들으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어떠한 심상을 그려 볼지는 전부 듣는 이들에게 달려 있다. 자신들의 처지나 상태에 따라 곡이 뽑아내는 음(音)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며, 천차만별로 느껴질 것이다. 다만 수록곡들이 전하는 안온함만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듯하다.

타이틀곡 'Friends & miles'는 앨범을 상쾌한 느낌으로 열어 준다. 힘찬 스트로크와 사뿐거리는 선율은 마치 멀리 떨어져 지내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때 드는 설렘과 흐뭇함을 묘사하는 것 같다. 'Rush'는 제목처럼 어딘가로 돌진하는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 약진은 허겁지겁 서두르거나 억척스럽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탁 트인 도로를 유유히 움직이는 분위기다. 뒤이어 흐르는 'The way to you'는 꼭 'Rush'와 연결되는 듯한 기분을 안긴다. 그러나 'The way to you'는 스트로크에 울림이 적어 누군가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애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빠른 속도를 내지는 않지만 'Candy shop'도 시원스러운 연주를 들려준다. 왈츠풍 코드에 선드러진 멜로디는 무척 아기자기하다.

침착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가운데 곡들은 계속해서 어떠한 이야기를 던진다. 'Honesty'는 그 어떤 수식이나 과장 없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듯하며, 'Anything like me'로는 조금은 의기소침한 모습이 나타나고, 'Piece of mind'에서는 왠지 모를 애잔함이 드러난다. 각각 다른 성격이지만 담백하고 편안한 멋은 뚜렷하다.

여기에 개성 있는 스타일도 듣는 재미를 더한다. 얌전하게 진행하다가 중반부터 고고 리듬을 가미해 발랄함과 서정미를 함께 내보이는 'Take me', 힘 있는 연주가 투우사의 경기나 무곡(舞曲)을 떠올리게 하는 'Goes on', 확연히 도드라지는 음울함으로 말미암아 다른 곡들과 대조되는 'Everybody hurts' 등은 앨범의 다른 면을 장식한다. 연주곡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이처럼 모양과 정서를 달리한 곡을 갖춤으로써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열세 편의 연주를 접한 이들은 각자 머릿속에 다양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그렸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어디론가 떠나는 여정, 무엇을 생각하든 상관없다. 무언가를 상상하면서 들었다면 그것으로 이미 연주에 빠지고 함께 호흡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안락함도 느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어떤 불편한 자극 없이 이어진 낭랑한 기타 연주는 편안함만을 남긴다. 국내 최초의 어쿠스틱 기타 듀오라는 점, 두 대의 기타가 조성하는 월등한 청량감, 능동적인 상상을 돕는 표현 등, 앨범은 신선미와 기악곡의 매력을 빠짐없이 담고 있다. 이로써 2km의 존재와 음악은 더욱 돋보인다.

2012/08 한동윤


덧글

  • 돈쿄 2012/11/23 15:41 #

    앗 이런 앨범이 있었군요.... 솔직히 데파페페를 좋아하는 편이라...비교하면서 듣기 좋겠네요....
    은근히 기타소리가 운전할 때 들으면 좀 차분해 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차에서 따른 음악을 들으면... 좀 과격해 진달까요...
  • 한동윤 2012/11/25 17:18 #

    오랜만이에요. 데파페페랑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만 차분해지는 곡을 원하신다면 괜찮으실 것 같아요. 운전은 사람을 과격하게 만드는 데 0순위인 듯해요.
  • 2013/07/30 09: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30 10: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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