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뮤지션의 활약을 기대하며 원고의 나열

2012년은 여성 솔로 뮤지션의 활약이 그리 두드러지지 못했다. 상반기는 버스커 버스커가 주인공이었고, 하반기는 싸이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게다가 걸그룹의 향연은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나날이 이어졌으니 홀로 나온 여성 뮤지션이 성공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이와 같은 난국에서 승전보를 울린 인물은 작년 한 해 에일리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주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섹스어필과 댄스라는 고루한, 어쩌면 불멸일 것 같은 아이템을 장착하고 나와 현재 우리 대중음악의 한계와 문제를 직시하게 했다.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주류가 아닌 곳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이 존재했다. 피아노 연주를 기반으로 팝과 록을 아우른 키스 미 조이, 경험과 동화적 상상, 삶에 대한 고민을 넘나드는 가사를 아마추어 감성으로 표현한 이랑, 예스런 느낌의 일렉트로니카로 정체성을 뚜렷하게 나타낸 야광토끼, 2011년에 이어 중국의 찰현악기 얼후(二胡)로 팝 명곡을 재해석한 김지은 등 자신만의 색채를 보인 여성 뮤지션도 여럿 된다. 여기 소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음반 역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충실하다. 2013년에도 다채로운 여성 뮤지션의 음악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류은주가 본명인 메리무스(MeryMos)의 < 메리무스 첫 번째 이피 >는 일견 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전형을 반복하는 듯 보인다. 단출한 연주, 아기자기한 표현, 풋풋한 연애담 등 기존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성분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악기 편성과 깜찍한 스캣으로 채도를 높이는 'Love Telepathy'나 입체적으로 꾸민 코러스가 전반의 평이함을 뒤집는 포크 록 '미로'를 통해서 자신의 음악을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소소하게나마 신선미를 달성했다.

유카리(Yukari)의 < 에코(Echo) >는 상투적이지 않은 일렉트로니카라 할 만하다. 주류든 비주류든 전자음악의 경향은 댄스로 몰리는 편이지만 유카리의 음악은 정적인 형태에 집중한다. 1980년대에 유행한 신스팝을 재현한 'Yule'과 후반부에 빠른 템포로 돌변하는 'Just Friends'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드림 팝(dream pop, 울림을 준 단조로운 반주와 보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음악)과 로파이(lo-fi, 의도적으로 음질을 안 좋게 만들어 낡은 느낌을 강조한 음악) 쪽에 초점을 뒀다. 달리 말하면 차분히 감상하기에 적합한 일렉트로니카. 추세에 연연하지 않는 의연한 독자성이 돋보인다.

2009년 싱글 'Bina. Me'로 데뷔한 비나(Bina) 역시 조금은 특이한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준다. 그 지향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새 앨범 < 자유로운 영혼 >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신시사이저의 날카로운 반주 대신 컴퓨터를 활용해 달그락거리고 다소 소란스러운 연주를 집어넣는다. 마치 영국 일렉트로니카 밴드 샙(Psapp)을 따라 한 것 같다. 개성 구축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러한 장치로 획득한 잔재미는 긴 여운을 남기기는 어려움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성과 작품성의 비율을 맞추는 작업이 요구된다.

(한동윤)

2013 01/08ㅣ주간경향 10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