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R&B 흐름 및 신을 빛낸 신인 R&B 아티스트 원고의 나열



2012년 R&B 신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어셔(Usher)와 모니카(Monica), SWV 등 19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주역들을 비롯해 최근 새 앨범으로 돌아온 21세기의 디바들 앨리샤 키스(Alicia Keys), 키샤 콜(Keyshia Cole) 등 연초부터 지금까지 시장의 열기는 뜨겁게 유지되고 있다.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격돌의 분위기는 어느 때든 늘 존재해 왔으나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하다. 이 각축전의 참가자가 베테랑들이 아닌 신인 뮤지션들이기 때문이다. 모두 정식으로 앨범 활동을 시작한 지 한두 해밖에 되지 않은 신참임에도 불구하고 데뷔 초반부터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저마다 탁월한 매력을 발산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는 리듬 앤 블루스의 새로운 하위 장르를 개척함으로써 향후 흑인음악의 흐름을 주도할 인물로 점쳐지기도 했으며, 다른 뮤지션들 역시 대체로 퓨전 R&B를 선보여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근래 몇 년 동안 이토록 신인들의 활약이 집중적으로 두드러진 적이 있었던가? 올해는 가히 '스타워즈'를 방불케 했다.

Frank Ocean, 실력과 감각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오션은 새롭게 부상 중인 힙합 집단 오드 퓨처(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의 일원이라는 점, 동성과 사랑에 빠진 경험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런 사항만으로 주목할 뮤지션의 반열에 든 것은 아니다. 비욘세(Beyonce), 존 레전드(John Legend), 브랜디(Brandy) 같은 스타 뮤지션의 노래를 작곡하면서 작곡가로서 경력을 쌓았고, 2011년에 발표한 믹스테이프 [nostalgia, ULTRA]를 통해 가수로서 또 한 차례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발표한 정규 데뷔 앨범 [channel ORANGE]로 프랭크 오션은 더욱 '핫'한 인물로 등극했다. 사이키델릭을 표방한 흐리멍덩한 분위기 안에 소울과 팝, 일렉트로 펑크(Electro Funk)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낸 비전형적인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참신성을 나타냈다. 경험에 입각한 짝사랑이나 육체적 관계, 존재에 대한 고민 등을 다룬 노랫말은 젊은 청취자의 정서에 어필했다. 편안하고 안정된 톤을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격양된 가성을 곁들여 곡을 드라마틱하게 꾸며 보컬리스트로서도 출중한 재능을 겸비했음을 증명했다. 인디펜던트지(The Independent)로부터 “클럽 음악부터 슬로 잼까지 동시대 팝의 모든 장르를 소화하는 노래”라는 평을 받은 'Pyramids'와 고전 리듬 앤 블루스와 네오 소울의 요소를 한꺼번에 전달하는 'Thinkin Bout You'는 앨범의 백미다.

또한 프랭크 오션은 유명 음악 전문잡지인 스핀(Spin), NME가 선정한 '2012년의 앨범 50선'에 각각 1위, 3위에 올랐으며, 한 해 최고의 음악을 가리는 제 55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최다인 6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라 내년 2월 진행될 본 시상식에서의 행보를 궁금케 하고 있다.

The Weeknd, 하이브리드 R&B의 절정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 위켄드는 프랭크 오션과 함께 '힙스터(Hipster) R&B' 또는 'PBR&B'라 불리는 신종 R&B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로 일컬어지고 있다. 리듬 앤 블루스를 근간에 두면서도 힙합, 록, 다운템포, 덥스텝 등을 섞은 그의 음악은 어둡고 몽롱한 대기를 특징으로 한다. 프랭크 오션과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위켄드는 전자음악을 과감히 흡수해 더 싸늘한 느낌을 낸다. 전에 없던 새로운 퓨전 형식을 띤 음악, 여러 상황을 설정해 남녀 관계와 사랑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감각적인 가사는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지난해 발표한 세 편의 믹스테이프 [House Of Balloons], [Thursday], [Echoes Of Silence] 모두 명망 있는 매체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BBC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신인 뮤지션의 놀라운 데뷔”라며 찬사를 보냈고, 미국 남성지 콤플렉스(Complex)는 2011년 최고의 앨범 25장을 뽑으며 위켄드의 첫 번째 믹스테이프를 1위로 선정했다.

세 편의 비정규 음반을 집성한 컴필레이션 [Trilogy]는 위켄드가 표현하는 새로운 R&B와 현재 흑인음악의 트렌드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다. 트립 합의 형태를 띤 'Thursday', 록에다가 레게와 덥을 접목한 'Heaven Or Las Vegas', 사이키델릭과 앰비언트가 만난 'Wicked Games' 등은 활발한 퓨전을 압축한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연상시키는 음색, 강약을 잘 표현하는 보컬은 위켄드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일련의 특징은 그를 떠오르는 신성으로 추대되도록 했다.

Jessie Ware, 꿈결처럼 달콤한 목소리의 유혹


영국의 촉망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제시 웨어는 2011년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서브트랙트(SBTRKT)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Sanctuary'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참여한 파트는 가사도 없고, 분량도 적은 스캣(Scat)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맑고 곱지만 왠지 모르게 관능적으로 들리는 음성 덕분이었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보유한 음성은 그 자체로 매혹의 손길이다. 영국 음악 잡지 클래시(Clash)는 그녀를 두고 “아델(Adele)과 서브트랙트, 샤데이(Sade) 사이에 빠진 연결 고리”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 수식은 소울과 일렉트로니카, 세련된 어덜트 컨템퍼러리를 오가는 제시 웨어의 음악적 특징을 설명해 준다.

영국 앨범 차트 5위를 기록한 데뷔 앨범 [Devotion]에서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마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녀의 특징을 더 부각하기 위해 대부분 노래의 보컬은 여러 차례 층을 내는 방식으로 녹음되었다. 또한, 리듬 앤 블루스와 팝을 주 메뉴로 삼아 차분히 멜로디를 이어 가는 중에 댄스음악과 록을 가미해 역동성을 띤 음악은 미국과는 또 다른 영국식 R&B 퓨전의 경향을 엿보게 한다. 간결하게 쪼개진 리듬 위에서 부유하듯 보컬이 흐르는 '110%', 둔중한 드럼 루프가 인상적인 'Wildest Moments', 바비 콜드웰(Bobby Caldwell)의 원곡을 커버한 'What You Won't Do For Love' 등으로 제시 웨어는 깔끔하게 정제된 팝과 슬로 잼의 새로운 형상을 내보인다.

2012/12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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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inette 2013/01/15 17:56 #

    근 몇년간 가장 핫한 씬이 아닐까싶네요.
    제가 처음 음악 이리저리 접할때만해도 신인도 미적지근하고 소식도 잘 없고 그래서 한계가 있는 장르인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인가 갑자기 이렇게 좋은 앨범을 쏟아내니...
  • 한동윤 2013/01/18 08:41 #

    뭐 어떤 장르든 괜찮은 뮤지션은 계속 나오긴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를 뿐이죠.
    최근에 이런 퓨전 알앤비가 집중되는 편이라 앞으로의 추이가 어떻게 될지 더 걱정(기대보다는)되기도 해요.
  • 젯슨퐉 2013/01/15 23:23 #

    제가 느끼기에 음색이 비슷해서 그런지 Frank Ocean이랑 Kid Cudi가 비슷하게 들리더라고요;;

  • 한동윤 2013/01/18 08:43 #

    키드 커디, 드레이크, 프랭크 오션 등 이런 힙스터 알앤비와 스페이스드 아웃 스타일에 있는 사람들은 분위기 때문에라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죠~
  • 도망니 2013/01/18 00:27 #

    힙합은 이런 결산 페이지 계획이 없을까요 다음
    켄드릭 라마의 아링끵끵~에 중독되서 듣다가 문득 생각나서...
  • 한동윤 2013/01/18 08:44 #

    글쎄요. 이미 신년이 되었는데 별 업데이트가 없는 걸 보니 없나 본데요?
    켄드릭 라마 외에는 우리나라에 라이선스된 힙합 앨범 중에 아주 괜찮다고 할 만한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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