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는 음악시장의 권력 원고의 나열

지난 1월 초 MBC < 무한도전 >을 통해 나온 디지털 음반 < 박명수의 어떤가요 >가 여러 음원사이트의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이를 두고 거대 미디어가 음원시장을 교란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대중에게 수월하게 홍보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앨범에 수록된 여섯 곡 모두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만 봤을 때 이것이 < 무한도전 >과 MBC를 비판할 합당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가 앨범을 냈다 하면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 전부가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드래곤의 <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 앨범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는 팬이 많음을 문제 삼아야 할까? 연제협의 논리대로라면 큰 인기를 누리는 가수도 음원시장을 교란하는 존재 중 하나다.


MBC < 무한도전 > '박명수의 어떤가요' | MBC

방송사가 음악시장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맞다. 시청률이 낮은 KBS의 <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 외에 SBS의 < 케이팝 스타 >, MBC의 < 나는 가수다 >와 < 위대한 탄생 >은 프로그램의 인기 덕에 음원을 내는 족족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반영하는 지표다. 거대 미디어의 횡포로만 볼 수는 없다.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온 음원이 발매되자마자 차트 상위권에 직행하긴 해도 음원시장을 전복하거나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하지는 않는다. 이런 노래들 대부분은 금세 하락세를 보인다. 실제로 가온차트 1월 셋째주 디지털 종합 순위는 '강북멋쟁이'가 1위, '메뚜기월드' 4위, '섹시 보이' 6위, '엄마를 닮았네' 8위로 < 박명수의 어떤가요 > 수록곡 중 네 곡이 10위 안에 들었지만 1월 넷째주 순위는 '강북멋쟁이'만 3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노래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노래들의 호황은 대개 일시적이다. 무조건 차단하고 금지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 무한도전 >이 지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하루에도 수십편의 노래가 출시된다. 홍보직원, 매니저, 더러는 음악가 본인이 방송사와 신문사를 돌아다니며 홍보를 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들이 매체에 건넨 음반은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버려지기가 일쑤다. 신문에 소개되거나 방송에 한 번이라도 나오길 간절히 희망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주목받는 이 상황은 영세한 뮤지션들에게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는 또한 우리 대중음악계의 씁쓸한 단면을 시사한다. 정준하가 부른 '사랑해요'를 제외한 < 박명수의 어떤가요 >에 실린 노래들은 하나같이 인스턴트적이며 재미 위주의 조잡한 댄스음악에 불과하다. 이 심각하지 않음이 대중에게 매력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니아 장르가 소개될 창구가 거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작품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익살스러움만 좇는 노래가 히트하는 형국은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 무한도전 >이 음악인들을 위축시켰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하다.

방송의 힘은 막강하다. 사장된 노래라 할지라도 인기 프로그램에 삽입되거나 소개되면 금방 되살아나고 무명의 뮤지션을 한순간에 유명인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 무한도전 >의 경우처럼 방송의 권세가 누군가에게는 실의를 안길 수도 있다. 작품이 훌륭하지 않아도 미디어의 지원을 입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허망한 관례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한동윤

2013 02/05ㅣ주간경향 1012호

덧글

  • 2013/02/02 02: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동윤 2013/02/02 17:00 #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야기 많이 나눠요~
  • purple 2013/03/19 16:16 #

    지금 음원 종량제가 된다면 좀더 좋아질까요...
  • 한동윤 2013/03/20 10:59 #

    음원 판매 방식이 바뀌어도 확 바뀌지는 않을 듯해요. 팬층이 두터운 가수, 방송은 변함없이 상위권에 오르겠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