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클래식 명곡과 '얼후(Erhu)'의 만남: 김지은 - Crossover Me 원고의 나열

뮤지션이 대중의 기억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그의 음악에 새로움과 친근함을 겸비해야 한다. 이전에 흔히 접하지 못했던 신선미를 바탕에 둘 때 듣는 이들의 정서에 신속하게 어필할 수 있으며, 대중성 확보의 밑거름이 되는 친근함은 다수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둘이 근간을 이룰 때 뮤지션은 더욱 많은 사람에게 관심 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연주자 김지은과 그녀의 두 번째 앨범 [Crossover Me]는 대중의 시야에 포착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 작품에는 김지은만의 산뜻함이 있으며, 동시에 음악적인 친숙성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전자를 설명하는 것은 중국 찰현악기 '얼후(erhu)'의 사용이다. 한국식으로는 '이호(二胡)'라고 표기되는 호금(胡琴)류의 이 악기는 지름 9~10cm 정도 크기의 공명통 위에 두 줄의 현을 고정시킨 80cm 정도의 가는 나무가 세워져 있어 우리 전통악기 해금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해금이 대체로 카랑카랑하게 들리는 반면, 얼후는 그보다 온화하고 너른 톤으로 다가온다. 우리에게는 많이 낯선 악기인 얼후로 연주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움의 획득일 듯하다.

음반이 커버곡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후자인 친숙성을 서술한다. 2011년 가을에 선보인 데뷔작 [Erhu]도 커버곡으로 꾸려져 있으나 중국 전통음악을 재해석했던 그때와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영화와 드라마 사운드트랙, 팝 스탠더드넘버 등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곡들을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데뷔 앨범이 그래서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졌다면 2집은 한결 쉽고 편안하게 들린다.

일련의 특징은 청취자들에게 크로스오버(crossover) 음악의 색다른 한편을 보여 준다. 각기 다른 형식이나 장르의 교차 또는 혼합을 일컫는 이 음악은 1950년대부터 존재해 왔다. 흑인의 블루스와 백인의 컨트리 음악이 결합한 로큰롤이 대표적이며, 록에 클래식의 접근을 꾀한 프로그레시브 록, 아트 록이나 최근 대중음악 차트를 호령하는 전자음악과 힙합의 만남, 일렉트로 합(electro hop)도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과 일 디보(Il Divo) 같은 가수들도 클래식과 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를 들려준다. 김지은의 이 앨범은 팝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중국 악기로 풀이함으로써 특색 있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제시할 것이다.

앨범은 신선미와 대중성의 화합으로 매력의 상승효과를 얻는다. 영화 [스팅(The Sting)]의 주제곡으로 널리 알려진 스콧 조플린(Scott Joplin)의 랙타임 고전 'The Entertainer'는 밝은 음의 얼후 연주를 통해 오리지널의 가뿐한 맛을 배가한다. 광고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인 에릭 사티(Erik Satie)의 'Gymnopedies'는 여성 코러스와 얼후 연주가 교차되면서 이채롭고 몽환적인 대기를 형성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테마곡 'Merry Go Round'는 원곡의 아기자기함과 서정성을 얼후의 독특한 색조로 표현한다.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사운드트랙 'Come Ti Amo'와 드라마 [아이리스]의 삽입곡 'Sad Love'는 본래의 애잔함이 더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팝송도 색다른 외양으로 꾸며진다. 팝 컴필레이션 시리즈에 빠지지 않고 수록되는 미국 소프트 록 밴드 브레드(Bread)의 히트곡 'If'는 어쿠스틱 기타를 배경으로 얼후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멋을 전달하고,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의 동명의 주제곡은 하와이 민속 악기 우쿨렐레, 남성 보컬의 스캣 코러스와 얼후가 조화를 이루면서 이국적인 정취, 흑인음악의 형태, 동양적인 색채를 한꺼번에 연출한다.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노래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에서는 재즈 반주와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이 중국 악기의 뛰어난 친화력을 엿볼 수 있다.

생경한 중국의 전통악기를 대중에게 익숙한 팝송과 유명 연주곡으로 소개하는 김지은은 중앙대에서 해금을 전공했다. 1999년 얼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그녀는 이듬해 중국으로 건너가 북경 국립중앙음악학원에서 연수 과정을 수료한 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낭독의 발견]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후를 연주하며 인지도를 넓히는 중이다. 영화 [형사], [작업의 정석], [검우강호]의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해 얼후를 계속해서 알리는 동시에 중앙대학교를 비롯해 중국문화원과 인터넷 강의 [뮤직필드]에서 얼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중앙 해금 연구회 '라얼후'의 대표이기도 하다.

신선함과 대중성을 고루 구비한 두 번째 앨범 [Crossover Me]는 얼후에 대한 사려 깊은 소개서라 할 만하다. 이제 얼후는 그녀의 두 번째 걸음을 기점으로 더 많은 이에게 전파될 듯하다. 다수에게 익숙한 곡들을 앨범에 들인 영리한 선곡이 그 확고한 가능성을 넌지시 일러 준다. 일련의 노고와 성취 덕분에 우리는 매혹적인 소리를 내는 이 중국 악기와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이 작품과 그녀가 빛나 보일 수밖에 없다.

(한동윤)

음반 해설 글을 요약, 수정한 글입니다.


덧글

  • _yh_ 2013/02/06 22:08 #

    리뷰로 봐서는 흡사 david darling의 쌈마이감성이 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커버곡만으로 꾸미기에는 후발주자가 가지는 치명적 위험이 많을텐데
    시간될때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 한동윤 2013/02/07 15:34 #

    중국 전통악기 연주자가 얼마 없으니 희소성은 있는데 작품 구성이 그걸 부각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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