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란 - Nomadism 원고의 나열

앨범 제목은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 Nomadism >의 수록곡들은 음악 양식의 광활한 토지를 옮겨 다니며 유목한다. 클래식과 아트 록, 포크, 드림 팝, 재즈, 라틴음악, 때로는 한국 전통음악적 요소 등을 선보이며 분주하게 거처를 이동한다. 심히 자유롭고 대범하게 떠돈다.

'관람'은 한국 전통음악의 정서와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느낌을 함께 보유하면서도 보컬의 과감한 변신으로 아트 록의 면모를 드러내며, '실명'은 웅장하고 세련된 편곡과 몽롱한 분위기를 내는 녹음으로 바로크 팝, 드림 팝 형태를 갖추고, '수중고백'은 단조로운 구조에서 연주의 변화를 통해 팝과 재즈를 오고간다. 포크곡 'You and me'와 '착시' 등은 이전의 화려함과는 대비되는 수더분함을 낸다. 또한, '사자를 두려워하는 그대에게'에서는 라 벤타나(La Ventana) 보컬리스트 출신이라는 정란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끔 라틴음악을 흡수한다. 경계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의 종횡무진과 각기 다른 장르의 합산이 시종 이어진다.

노랫말은 음악의 유목민적인 성격을 보조한다. 수록곡들의 가사는 대체로 무소유에서 기인한 불안함, 확실한 적(籍)을 두지 못한 데에서 발생하는 우울함을 표현한다. 'Coffee or tea'는 여느 노래와 달리 가장 밝은 기운을 띠긴 하나 확답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갈구하며 걱정스러운 상태를 드러낸다. 어딘가에, 누군가에 정착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의 헤맴을 노랫말로도 반영하고 있다.

쓸쓸함이 앨범의 큰 면적을 지배하지만 'You and me', 'Coffee or tea', 'Surf'는 높은 채도로 전체적인 유기성을 헤뜨려 놓는 듯해 아쉽다. 이것이 정란이 설정한 어떠한 흐름일지 몰라도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전개로 느껴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곡의 기묘한 생김새를 형성하는 중에 정란의 독창성보다는 케이트 부시(Kate Bush)나 비요크(Björk) 같은 뮤지션의 향이 강하게 감지되는 것도 애석한 부분이다.

단점은 소량에 불과하다. 방대한 잡식성은 신선미를 담보하며 첫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치열한 실험성을 서술해 준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마주하고 행하는 방랑을 다채로운 장르와 관념적인 언어를 빌려 예술적으로 승화한 사항은 최고의 결실이다. 방황도 충분히 아름답고 심오하게 느껴질 수 있다.

2013/03 한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