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의 추억 원고의 나열

현진영의 뒤에서 춤을 출 때에는 평범한 백업 댄서에 지나지 않았다. 극성스러운 팬이 아니라면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을 존재였다. 하지만 얼마 뒤 '나를 돌아봐'로 가수로 데뷔했을 때에는 과거와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졌다. 그들은 텀블링과 브레이크댄싱을 섞은 격정적인 안무와 세련되고 감각적인 패션으로 단번에 대중으로부터 주목받았다. 김성재와 이현도가 짝을 이룬 듀스(Deux)가 대중음악계에서 대단한 인물이 될 것임을 예견하는 무대였다.

현란한 춤과 멋진 의상만으로 어필하지는 않았다. 입으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비트박싱과 속사포 같은 빠른 래핑은 앞서 나온 동종의 뮤지션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현진영이 선보였던 랩 음악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였다. 그들보다는 듀스의 음악이 그 시대에 미국에서 유행하던 힙합, 리듬 앤드 블루스에 가까웠다. 게다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두 멤버가 직접 다 해냈다. 국내에 흑인음악 전문 싱어송라이터가 출현한 것이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1집에 이어 2집 < 듀시즘(Deuxism) >을 통해 듀스는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나타냈다. 뉴 잭 스윙('그대 지금 다시', '우리는')을 비롯해 슬로 잼('빗속에서'), 랩 록('Go! Go! Go!'), 마이애미 베이스('약한 남자'), 아카펠라('Prelude - 난…') 등 힙합과 리듬 앤드 블루스의 여러 하위 장르를 끌어들이며 음악 팔레트의 확장을 도모했다. 청취자들은 두 번째 앨범으로 당시 흑인음악의 경향을 살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무제'에서의 '히비리 디비리 힙합'이나 '우리는'의 '지기리 지금 비기리 비록'처럼 의미 없는 음절을 가공해 래핑의 운율을 생성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Go! Go! Go!'와 '약한 남자'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각운을 이어감으로써 한국말 래핑의 재미를 선사했다.

리믹스 버전과 신곡을 수록한 앨범 < 리듬 라이트 비트 블랙(Rhythm Light Beat Black) >은 전작들보다 더욱 다채로워진 샘플링과 리듬 보완으로 리믹스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수록곡 중 밝은 멜로디와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템포가 어우러진 '여름 안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라디오와 피서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여름날의 찬가가 되었다. 듀스는 이 앨범으로 예술적 성과를 완수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지속되는 사랑도 얻었다.

세 번째 앨범 < 포스 듀스(Force Deux) >로는 음악적 깊이와 넓이를 확보했다. '굴레를 벗어나', '의식혼란', 'Message' 등은 펑크(funk)를 접목해 거칠고 강한 느낌과 예스러움을 나타냈으며 'Nothing but a party'는 자메이카 음악의 하나인 댄스홀로, '반추'는 재즈 힙합으로 다양성을 갖췄다. 3집에서도 쇄신과 탐구에 대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결하게 훌륭했던 것만은 아니다. 1집의 첫 노래부터 외국 유명 뮤지션의 작품을 대놓고 모방한 것을 비롯해 3집까지 일부 노래에서 외국 노래들에 대한 참조를 적극적으로 이행했다. 이 점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또한, 출중한 래핑 실력과 달리 보컬 기량은 좋지 못했다.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듀스는 1990년대를 지나온 음악팬들에게 위대한 뮤지션으로 기억된다. 말쑥하고도 단단한 매무새로 흑인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구사한 음악가는 듀스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몇몇 노래로는 젊은이들이 일반적으로 느낄 고민과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사회성을 담아냈다. 듀스는 그 시대의 여느 가수들처럼 댄스음악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랩을 하던 장삼이사형 댄스 가수가 아니었다. 이를 넘어서는 흑인음악 예술가였다. 2013년 3월, 그들이 데뷔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됐다.

(한동윤)

2013 03/12ㅣ주간경향 1016호

덧글

  • 나그네 2013/03/13 01:22 # 삭제

    이현도 작곡한 노래는 밝은노래들을 참 잘만든거 같던데 대체적으로 이현도 작곡한 노래 좋게들었다는
  • 한동윤 2013/03/13 11:21 #

    밝은 노랠 좋아하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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