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스타일의 역습, Disclosure - Settle 원고의 나열

아무리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 대세라고 해도 모든 장르가 순풍을 타는 것은 아니다. 차트의 부름을 받는 스타일은 한정돼 있어서 어떤 음악은 고개 한 번 들지 못하고 묵살되곤 한다. 최근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 대중음악의 중대한 세력가로 성장했으나 그 힘은 대체로 덥스텝과 일렉트로 하우스에 집중돼 있다. 이는 세고 체구가 크며 화려한 소리가 대중의 환호를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 탓에 영국 듀오 디스클로저(Disclosure)의 선전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가이 로렌스(Guy Lawrence)와 하워드 로렌스(Howard Lawrence) 형제가 결성한 그룹은 덥스텝이나 일렉트로 하우스를 지향하지 않는다. 형제는 그것들보다는 약하고 이미 예전에 한철 장사를 끝낸 하우스, UK 거라지를 주요 양식으로 선택했다. 그럼에도 디스클로저의 노래들은 영국 싱글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데뷔 앨범 < Settle >은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어 빌보드 앨범 차트 38위를 기록했다. 나름대로 이변이다.

그룹은 기본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무리한 왜곡이나 도전적인 변주 없이 하우스의 정석을 따라 깔끔한 루프 만들기에 집중한다. 여기에 'When a fire starts to burn', 'Stimulation', 'Grab her!' 등에서 보이듯이 아주 소소하게 사운드를 추가하고 샘플을 잘 운용함으로써 곡의 상승과 하강을 능숙하게 조절한다. 리듬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호흡을 달리하는 꼼꼼함이 돋보인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잽을 구사한다.

리듬 파트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성을 감안해 보컬이 들어간 노래도 많이 준비했다. 'F for you'나 2012년 6월에 발표한 'Tenderly'의 선율은 간결하지만 꽤 흡인력이 있어 자신들이 멜로디를 쓰는 데에도 능력을 보유했음을 힘주어 알린다. 여기에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Sam Smith), 엘리자 두리틀(Eliza Doolittle), 지난해 발표한 데뷔 앨범 < Devotion >으로 매체와 음악팬들로부터 주목받은 제시 웨어(Jessie Ware)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해 앨범의 다채로움을 강화했다. 이들의 보조 덕분에 'Latch'는 일렉트로팝으로, 'You & me'는 브로큰 비트로, 'Confess to me'는 딥 하우스와 네오 소울을 혼합한 형태로 제시되는 등 노래들의 형식과 맛은 여러 방향으로 표출됐다.

6월 22일 현재 영국 싱글 차트 50위 안에 'You & me'(21위), 'White noise'(37위), 'Latch'(45위) 등 디스클로저의 노래 세 편이 들어서 있다. 유명하지도 않은 신인이 이 정도 성적을 달성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비(非) 인기 장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약진은 경탄할 만하다. 근래 몇 년간 일반 하우스가 주류 차트의 한복판에 진입한 적이 거의 없었다. < Settle >이 지나간 스타일이 펼치는 역습의 물꼬가 될지 궁금하다.

2013/06

덧글

  • 2014/09/27 10:08 # 삭제

    좋은 독서 게시물 및 더 포럼에 게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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