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아 주목할 만한 음반 원고의 나열

그리 납득되지 않지만 박명수는 < 무한도전 >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단숨에 스타 작곡가의 왕관을 썼다. 싸이는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2회 연속 빌보드 10위 안에 진입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조용필은 젊은 감각의 음악으로 복귀해 매체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새 앨범은 20만장 이상 팔림으로써 피지컬 음반 구매에 인색한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이 됐다. 2013년 상반기 대중음악계의 굵직한 일들이다.

언급한 일들의 교집합은 상업적 성공만이 아니다. 이들 음악에는 경향을 따랐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최근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하거나 또는 그 요소를 들여 많은 이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와 달리 지금 시대에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도 어김없이 존재했다. 다수의 이목을 잡지는 못했으나 그들 또한 상반기의 이곳저곳을 장식했다. 그들의 작품은 흔하지 않아서 어쩌면 더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한다.
1980년대에 날카로운 전기기타 연주와 폭발하는 샤우팅 창법을 열렬히 흠모하며 헤드뱅잉깨나 했던 팬들이라면 크라티아(Cratia)를 기억할 것이다. 철장미, 아발란쉬 등과 함께 1988년에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 프라이데이 애프터눈(Friday Afternoon) >을 통해 헤비메탈을 선전한 그룹이다. 1월에 발매된 그들의 정식 데뷔 앨범 < 레트로 펀치!(Retro Punch!) >는 예전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팝 메탈(pop metal, 외우기 쉬운 기타 리프와 후렴을 강조한 헤비메탈의 하위 장르) 음악으로 가득하다. 젊은 세대에게는 케케묵은 문법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질주하는 듯한 연주와 부피감이 큰 구성은 변함없이 시원함을 안겨 준다. 여기에 홍경민, 에이치투오의 김준원, 이브의 김세헌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해 감상의 특별한 재미도 갖췄다. 헤비메탈 애호가들을 축복하는 '추억의 한 방'이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수많은 뮤지션과 협업하며 경력을 쌓은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레인보우99(Rainbow99, 본명 류승현)의 신작 < 드림 팝(Dream Pop) >은 제목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드림 팝(dream pop, 울림을 준 단조로운 반주와 보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음악)의 향연이다.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것도 아닌 상당히 희소한 양식이기에 레인보우99의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고결하고도 내밀한 잔치로 느껴질 듯하다. 장르의 특성상 다소 따분하고 난해한 면도 있지만 건너편에 자리 잡은 특유의 광활하고 아련한 분위기는 점점 빠져들게 될 강한 매력이다.

지난 4월에 출시된 타마 로즈(Tama Rhodes, 본명 이희찬)의 데뷔 앨범 < 얼론 애프터 미드나이트(Alone After Midnight) >는 칠아웃(chill-out,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로 빠르지 않은 템포와 부드러운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음악)을 표방한다. 이 장르를 전문적으로 하는 음악인이 매우 드물어서 익숙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전자음이 들어갔음에도 무른 연주, 느긋한 템포, 기교를 걸러낸 보컬은 안온감을 조성한다. 흥겨움보다는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어울리는 기능성 음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동윤
2013 07/02ㅣ주간경향 10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