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제이 한민(DJ Hanmin) - My Life 원고의 나열

누군가에게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란 밤늦은 시간의 열정적 놀이에 기본으로 깔리는 배경음악일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개인적 취향에 근거해 카랑카랑한 소리가 단순하게 반복되는 음악쯤으로 여겨질 것이다. 또는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형식이라고 규정할 이도 있을 듯하다. 여느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해석과 의미 부여는 당연히 다양할 수밖에 없다.

2004년부터 클럽 디제이로 활동해 온 디제이 한민(DJ Hanmin)의 음악은 그러한 보편적인 시각을 포괄한다. 즐거움을 탐닉하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날카로운 전자음의 연결이다. 또한, 강한 비트와 부드러운 멜로디의 서로 반대되는 요소를 동행해 중화와 분산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전달한다. 여느 클럽 음악, 국한해서는 일렉트로 하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디제이 한민은 노랫말로 기존의 보컬이 들어간 일렉트로닉 댄스음악과 구분을 두고자 했다. 클럽을 지향하는 댄스음악은 가사가 영어로 쓰인 노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실정에서 한글을 담으려 한 점은 조금은 각별하고 모험적이다. 2012년에 발표한 데뷔 EP < Crazy Love >에 이어 새 앨범 < My Life >에서도 그 노선은 지속된다. 한민은 앨범 발매 전 한 음감회에서 우리나라 클럽에서 우리말로 된 노래를 틀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류 대중음악과 다를 바 없이 제목은 영어, 가사는 영어와의 혼용으로 나타나는 터라 적극성의 부족이 섭섭하다.

거론할 결실은 더 있다. 마니아가 원하는 일렉트로 하우스를 지향하고 있으나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인자도 갖췄다는 것이다. 수록곡 중 'Show me your BBA SAE'가 이를 대표한다. 기합을 넣을 때, 힘내자고 독려할 때 남자들이 주로 쓰는 '빠샤'와 비슷한 의미의 '빠세'라는 비어를 사용해 친밀감을 형성하며 짧은 문장을 반복함으로써 중독성을 높인다. 'Wake up'은 나이트클럽 디제이들이 흔히 하는 시간차 추임새로 재미를 제공하고 'BBA'는 '빠빠빠빠빠'로 받아들일 단순하고 명료한 루프와 박수를 권하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흥을 부추긴다. 이처럼 대중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리듬과 선율의 다른 성질을 고르게 녹여내는 것도 성과 중 하나다. 힙 하우스 성격의 곡이나 보컬이 부재한 곡을 제외하면 싱잉 파트의 멜로디는 유하고 서정적이며 리듬은 내내 강하고 세찬 풍모를 유지한다. 이 두 성분은 각자의 자리에서만 효과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교차하고 섞인다. 다만 'Satisfaction', 'Wake up', 'Like a blue bird'와 같이 짧은 가사로 파트의 경계선을 긋는 동일한 방식의 반복, 일부 객원 가수의 연행(演行)에 무게감이나 장악력이 떨어지는 사항은 애석하다.

홍대 클럽 엠투(M2)에서만 2천 회 넘게 공연한 베테랑답게 디제이 한민은 대중과 분위기를 이해하는 프로듀싱을 선보인다. 핵심은 < My Life >가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며 열기를 생성하는 EDM의 소임을 훌륭하게 수행한다는 것이다. 일렉트로 하우스의 근본과 특성, 이 양식을 즐기는 이들의 기호에 충실한 앨범이다.

2013/07 한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