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훌륭한 조용필의 새 앨범 그밖의 음악

앨범을 듣고 또 듣는다. 곱씹고 싶은 대단한 흥취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 견해를 다시 검사하기 위해서다. 앨범이 발매된 직후 음원사이트의 상위권을 싹쓸이했을 정도로 인기는 엄청났고 언론은 연이어 찬탄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후배 가수들은 경배의 언어를 아끼지 않는다. 가왕의 귀환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그러나 앨범을 듣고 나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당찮은 설레발처럼 느껴졌다. 노래들은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그토록 들끓을 만큼 훌륭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나? 앨범을 듣고 또 들었다.

몇 번을 들어도 월등히 괜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선율의 흡인력은 달리며 형식도 다채롭지 못하다. 외국 작곡가에게 받은 노래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구조가 닮아 있어서 들으면 들을수록 신선미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가벼워서 부담감은 없지만 조용필이라는 거목 또한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처음에 트렌디해서 새롭다는 인상은 들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본질적인 매력을 찾기가 어렵다.

앨범 제작에 대한 태도와 변화를 향한 갈구는 찬란히 빛난다. 조용필은 전자음이 가미된 댄서블한 록을 수록해 한층 젊은 음악을 들려준다. 이는 젊은 청취자와 소통하고 자신을 쇄신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과거의 틀이나 명성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예술가의 미덕이다.

조용필과 19집 [Hello]는 분명 많은 뮤지션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으면 예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일반적인 시대에 음악에만 매진하며 과감하게 변화를 도모하는 모습이 진정 멋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감탄할 부분은 거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활동과 작품에 대한 자세, 지향, 의지도 중요하지만 작품 자체의 예술성과 완성도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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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잠깐 이용했던 네이버 블로그에 쓴 비공식적인 글이다. 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기 감정만 앞세운 팬들과 악플러들 때문에 피곤했다. 지금 다시 이 앨범을 듣고 있지만 이전과 다름없이 무척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음악이 멋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이 앨범이 준수하지 않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견해니까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이 앨범이 나온 뒤 음악 시장의 짤막했던 변화 아닌 변화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실정을 또 한 번 돌아보게 했다. 조용필의 신작이 나오기 전 음원사이트 1위는 싸이의 '젠틀맨' 차지였다. 하지만 이 앨범이 나오자마자 수록곡들이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매체와 대중은 국제 가수를 끌어내렸다며 역시 가왕이라고 조용필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또 며칠 뒤에 로이킴, 샤이니의 노래가 나왔고 조용필의 노래는 음원사이트 상위권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국제 가수도 무색하게 한 가왕이 20대의 가수들한테 시쳇말로 발렸다. 한국 음악계에서 가왕의 위치는 이 정도였다.

조용필의 새 앨범이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상하지 않다. 요즘은 데뷔한 지 갓 1년 된 신인이라도 유명하기만 하면 팬들의 지지를 입고 음원사이트 1위에 오르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됐다. 조용필의 19집 역시 그런 흐름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멋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감성을 뒤흔드는 음악을 선보였다면 단 며칠 만에 차트에서 내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비루한 현실 때문에 그의 컴백, 신작은 더 섭섭하게 느껴졌다.

덧글

  • Bluegazer 2013/07/15 17:36 #

    어디까지나 무슨 대단한 식견도 정말 전혀 없는 평범한 대중음악 소비자로서 하는 말입니다.

    선행 공개된 Bounce만 들었을 때에는 정말 깜짝 놀랐는데, 정작 타이틀곡 Hello는 "...음?" 하는 느낌이 좀 들더군요. '뭐 이래?'라기보다, 기대에 못 미친달까...아직 전곡을 다 듣진 못했지만 일단 저 두 곡만 갖고 본다면, 특히 젊은층에게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정도로나 알려진 조용필이 이런 음악도 할 줄 안다는 게 놀랍다면 모를까(사실 이게 제일 크지 않을까요) 정말 명반이냐라고 한다면 저 역시 그런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서 그런가? 싶네요. 오히려 '꿈'이 요즘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듭니다.
  • 한동윤 2013/07/15 22:20 #

    '바운스'와 '헬로'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주 예전의 히트곡만 알거나 조용필 아저씨의 음악을 알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연로한 뮤지션이 상당히 트렌디한 음악을 한다는 것이 분명 새롭고 놀랄 만한 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꿈'은 상당히 준수한 노래지만 요즘 나왔다면 유행의 텃새에 감당 못하고 묻힐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 ian 2013/07/15 18:24 # 삭제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대체로는 만족하는 수준입니다.
    이번 조용필의 앨범은 언론에서 떠들었듯이
    완성도 면에서 최고점수를 주기엔 무리가 있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올드팬들이 느끼기에(전 40대 초반입니다만) 곡이나 앨범 전체의 완성도보다는
    몇몇 곡의 가사에서 공감을 더 많이 하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모든 곡이 마음에 들 수는 없지만 그중 가슴에 콱 박히는 뭔가가 있다면
    그 앨범은 전체적으로 잘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가요의 경우 멜로디보다는 가사의 힘이 더 위력적일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악플러들이야 그저 그러려니 해야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 한동윤 2013/07/15 22:25 #

    조용필 아저씨의 음악을 평소에, 어린 시절에 접했던 중장년 팬들에게는 '어느 날 귀로에서' 였나요? 이 노래가 더 와 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말씀처럼 모든 음악이 모든 사람에게 감흥을 줄 수 없듯이 어떤 작은 부분이라도 확 와 닿는다면 그것도 충분히 좋은 음악인 거겠죠. 이번 앨범이 역사에 획을 그었다곤 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멋진 작품일 거라 생각합니다.
  • 斧鉞액스 2013/07/15 20:42 #

    Bounce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 있었지요.
    그런데 다른 곡들은 음? 할정도로 예술성으로는 애매한 느낌을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사와 악곡의 구성이 젊은 층까지 포괄하여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역시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한국의 음원차트는 솔직히 신곡 위주의 판매량 집계가 대다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곡들로 바뀌는 시스템이라 딱히 신경을 안쓰고 있다지요.
  • 한동윤 2013/07/15 22:29 #

    젊은 청취자의 관심을 끈 것이 아마도 신작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해요. 우리나라 음악계 사정을 고려하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고요. 이번 같은 사례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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