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아이돌'의 비결 원고의 나열

15년, 강산이 한 번 하고도 반이 변할 세월이다. 등장하기가 무섭게 사라져버리는 보이 밴드, 걸 그룹이 수두룩한 시장에서 그 긴 기간 생존해 오며 최근 열한 번째 정규 앨범을 낸 '신화'는 실로 대단해 보인다. 그들에게 붙는 '최장수 아이돌'이라는 호칭은 응당하고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멤버 교체를 태생적 특징으로 지니는 아이돌 그룹이 여럿임에 비해 신화는 처음 여섯 멤버 그대로 지금까지 활동 중인 점 역시 높이 평가될 만하다.

신화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멤버 간 갈등으로 마음에 쌓이는 것이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푼다고 이야기한다. 문제가 생기거나 오해를 빚는 경우 그 부분을 풀지 못해 헤어지는 팀도 많다. 자신들만의 갈등 해결법과 이를 통해 이룬 강한 결속력이 신화가 장수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구성원 간의 정이 두터워도 스타는 대중의 호응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불가능하다. 팬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도 신화의 존립을 가능하게 한 지대한 동력이다.

아이돌 그룹 신화의 정규 11집 앨범 '더 클래식' | 신화컴퍼니 제공

음악적인 면에서도 이들의 장수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대부분의 그룹은 역할 배분 때문에 균열이 생긴다. 연예인이라면 다른 사람보다 더 돋보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신화는 각자가 역량과 재능에 맞게 자기 포지션을 지킨다. 메인 보컬이라는 이유로 상당히 많은 파트를 점유하지도 않고 가창력이 다소 달린다고 해서 무조건 랩으로 빠지지도 않는다. 개인의 톤과 능력을 고려한 고른 분배가 뒷받침됐기에 무대에서도 치우침 없는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음악적 정체성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지속적인 활동을 가능케 한 이유 중 하나다. 아이돌 그룹들은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성숙했음을 나타내고자 한다.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탓에 자기 음악을 하려는 열정이 부족하며 실력보다는 외모로 어필한다는 것이 아이돌을 향한 고정된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꼬리표를 떼내기 위한 몸부림이 음악적 변신으로 표현된다. 데뷔 5년차에 팝 스탠더드와 빅 밴드 음악을 택한 '웨스트라이프'나 립싱크 파문 이후 기존 제작자와 완전히 결별하고 흑인음악 요소를 강화한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예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과감한 변신이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어 더러는 팬들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신화는 SM엔터테인먼트를 나와 다른 소속사에서 시간과 경력을 적립했지만 예전의 틀을 깨는 파격은 시도하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신화 | 신화컴퍼니 제공

그렇다고 무던한 것이 좋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화의 음악은 트렌드로 부상할 만한 형식을 갖춘 타이틀곡이나, 그에 연연하지 않는 구조를 선보인 노래나 한결같이 무난한 편이었다. 신화는 매번 대중이 수긍할 음악으로 적정 수준의 친밀감을 유지했다. 이제까지 발표한 앨범들의 다른 수록곡들 역시 변화를 보이더라도 다수가 좋아할 편안한 선율을 취했고 번잡함과는 거리를 둔 구성을 견지했다.

단순히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신화를 진정 대단한 그룹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최장수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의 가치는 기간의 지속보다는 그 안에서 맺는 결실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통 아이돌 그룹들이 직면했던 한계와 부정적인 상례를 깨 나간다면 신화는 이름 그대로 아이돌계의 신화로 여겨질 듯하다. 또한 팬들은 음악적으로도 계속해서 멋진 결과물을 기대할 것이다. 지난 15년보다 더 근사한 앞날을 개척하는 것이 남들에게 없는 직함을 가진 신화의 과제다.

한동윤
2013 06/04ㅣ주간경향 1028호

덧글

  • 2013/07/24 03: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24 20:3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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