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 - Soundtrack To A Lost Film 원고의 나열

음악적 성향으로 보자면 이 앨범을 레프트 필드의 카테고리에 귀속시킬 수 있겠지만 기존 그 장르에서 드러내는 난삽함이나 복잡 미묘한 면이 비교적 적다. 다만, 전체적인 대기를 듣는 이들의 상상에 접촉하게 하는데, 그것이 이터널 모닝이 기조로 둔 '존재하지 않는 영화를 위한 사운드트랙'일 것이다. 제작하는 이들은 당연히 각 곡이 지니는 어떠한 상황과 이야기를 설정해 놓았겠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끔 강요하지 않는다. 이런 형식에서 간혹 나타나는 삼척추수(三尺秋水) 맞부딪히는 굉음, 휘모리 비트 등의 어려운 전개로 구성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한 특성은 곧 이들의 음악을 가볍게, 쉽게 감상해 달라는 드러나지 않은 언질이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고매한 악장(樂章)이 아니요, 일상 중 어느 때든지 동행할 수 있는 경음악이다. 생활에 붙어 있을 음악이니 각각의 곡은 저마다 상이한 감성을 배양한다. 그러나 이들이 지닌 정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서 듣는 이의 행동, 기분이나 감정 여하에 따라 곡이 전하는 분위기도 달라진다. 곡에 대한 설명도 어쩌면 불필요하다.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White'는 단단한 드럼 비트를 두고 피아노와 현악 세션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반을 지나서 흐르는 여성의 스캣과 반복되는 'Everything Is White'란 말이 이상야릇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사이사이에 삽입된 음성 장치들로 인해 기승전결이 확실히 나누어 진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구성은 이터널 모닝만이 일방적으로 건네는 메시지는 아니다. 음악을 들은 이가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거나 생활 속 어떤 상황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둔 창구일 것이다.

이 밖에도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으로 전개되다가 색소폰 연주가 나오며 몽환적인 스타일로 전환하는 'Plastic Umbrella', 자기의 방에는 창문이 없다는 말이 처절한 페이소스를 뿌리는 'Rainclouds In My Room', 불협의 현악 연주가 고되고 쓸쓸한 이의 뒷모습을 그려주는 것 같은 'Holden Caulfield'와 왠지 모를 아련함이 밀려드는 'Father's Watch' 등 모든 곡들은 다채로운 분위기, 서로 다른 공기를 품고 있다. 청취자에게는 기쁨이 될 수도 있고 슬픔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여러 함의가 집적된 음악이다. 그것이 가사 없는 음악만이 가지는 매력 아니겠는가.

그런 멋을 보여주는 것, 세련된 인스트루멘틀 힙합 앨범이 하나 나왔다는 것은 관심 받을 사항이 아니다. 어차피 서구에서 유행하던 것이고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이런 음반이 꽤 되니까 대서특필할 얘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포인트는 이것을 누가 만들었느냐다. 우리 시대에 가장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이 멤버로 참여해서 만든 작품이다. 이는 주류 음악가가 비주류 어법으로 전하는 '모범적 선도투'이다.

20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