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피니트 에이치(Infinite H) - Fly High 원고의 나열

그림자가 아주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국내 힙합을 즐겨 온 팬이라면 노래에 참여한 이들의 기운을 듣는 순간부터 느낄 것이다. 그냥 데드피(Dead'P),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스러우며 프라미머리(Primary)답다. 마치 은지원이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의 힘을 빌려 '만취 in melody'를 불렀을 때와 같다. 게다가 한 곡 빼고는 모든 노래에 객원 보컬이 참여하고 있고, 그들의 존재감이 강해서 정작 주인공인 인피니트 H 멤버들은 부각되지 않는다. 프로듀싱도 프라이머리가 주도하고 있기에 그의 최근 앨범 <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의 연장선 정도로 느껴진다.

주연이 이미 무력하고 볼품없는 찬조 출연자가 된 마당에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프라이머리와 앨범 제작을 도운 강력한 신스틸러들에 대한 말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가사도 다른 래퍼들에게 위탁했으니 플로 구성 또한 그들이 지도해 줬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노선만 설정하고 공정과 운행은 다른 업체에 맡긴 셈이다. 일련의 정황으로 인해 앨범을 평가하기가 애매하다.

이승기와 에피톤 프로젝트가 함께한 < 숲 >, 씨스타의 소유와 긱스(Geeks)가 함께한 'Officially missing you, too' 등 최근 이처럼 아이돌 가수와 비주류 뮤지션들이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체로 아이돌은 흥행성은 있으나 음악성은 그리 인정받지 못한다. 실력이 검증된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과의 작업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려는 열정과 음악적인 욕심이 있음을 선전해 주기에 앞으로 이런 관계의 협력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인피니트 H 역시 그중 하나다.

이 행위와 결과물은 최소한 이것만은 담보해야 한다. '주인공의 목소리 및 기타 재능을 확실히 드러낼 것' 후원자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게 들어간 < Fly High >는 멤버들의 초라한 소멸이란 결과를 내왔다. 노래마다 객원 보컬을 둔 것도 에러다. 그렇다고 동우와 호야가 보컬을 소화한 'Victorious way'는 만족스러운가? 그것도 아니다. 데드피의 형상은 보이지 않아도 또렷이 감지되며 디제이 웨건(DJ Wegun)의 턴테이블 스크래칭이 둘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남이 만들어 놓은 판만 있고 자기들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없는 탓에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 팀만의 컬러와 기능적인 부분이 탄탄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과 협업하는 것은 '보여 주기'식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시범 경기, 또는 트레이닝의 연장쯤으로 해 두자. 이토록 많은 뮤지션이 참여하고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은 일단은 더 배우려는 태도에서 비롯되었을 듯하다. 지금의 자리를 바탕으로 인피니트 H만의 표현력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 앨범이 이들의 진정한 첫 앨범일 것이다.

2013/01

덧글

  • 2013/08/14 18:10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동윤 2013/08/15 10:12 #

    뮤비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보통 아이돌 그룹의 그런 영상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은 그래도 힙합스럽긴 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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