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는 유독 '여름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990년대 중반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 룰라의 '100일째 만남' 같은 노래들이 여름에 히트하며 우리나라에 한창 레게 열풍을 일으켜서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 장르의 발생지가 카리브해에 있는 자메이카이다 보니 무더운 날씨, 휴양지와 관련지어 여름을 떠올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말부터는 스컬&하하의 '라가 머핀'(Ragga Muffin), 윤종신의 '환생', 투애니원의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 등이 출시되며 레게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긴 세월 음악계에서 고개를 숙였던 레게가 올 여름철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8월 중순에 나온 밴드 사우스 카니발(South Carnival)의 데뷔 앨범 < 사우스 카니발 >도 레게 부흥의 풀무질에 가세한다. 레게의 근원인 '스카'(Ska)를 주 메뉴로 삼은 이들은 스카의 특징인 빠르게 진행되는 경쾌한 리듬, 관현악 편성을 통한 활기차고 풍성한 사운드를 무기로 듣는 이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할 태세를 갖췄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축축 처지는 요즘 같은 날 환영해 마땅한 음악이다.
수록곡들은 원색처럼 화사하고 밝다. 비디오게임 <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의 주제곡을 삽입해 아기자기함이 배가된 '몬딱 도르라', 독창과 합창을 주고받는 방식의 코러스로 곡의 호흡을 조절하면서 흥을 돋우는 '수눌음 요', 재즈와 라틴음악 요소를 강조한 '고라봐야' 등으로 밴드는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카니발을 개최한다. 템포가 느린 '바당이 나꺼영', '느영나영'에서는 오히려 느긋함을 앞세워 격하지 않은 즐거움도 존재함을 넌지시 이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락의 공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흥겨움도 흥겨움이지만 특이한 노래 제목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모두 함께 달리자는 뜻의 '몬딱 도르라', 서두르지 말라는 '와리지 말앙', 바다는 내 것이라는 뜻의 '바당이 나꺼영'처럼 많은 이가 생소해 할 제주도 방언을 써 색다르다. 가사도 표준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제주도 방언으로 작성됐다. 덕분에 노래들이 내보이는 이국적 정취가 한층 두텁고 진하게 느껴진다. 같은 한국어임에도 제주도 말이라서 이국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씁쓸하긴 해도 이 때문에 사우스 카니발과 이들의 음악이 퍽 유별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2009년 결성해 2012년 여름 데뷔 EP를 발표한 사우스 카니발은 제주도가 자메이카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섬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스카를 주 메뉴로 선택했다. 그러나 지리적 유사성에 대한 의미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방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제주도가 간직한 고유의 문화와 생활을 표현한다는 점이 여느 밴드와 비교해 새롭다. 우리 대중음악은 홍대 말고 여러 지역을 기반으로 언더그라운드 신이 형성되어 있지만 지역색을 나타내는 뮤지션은 거의 없었다. 이 이유로 사우스 카니발의 존재 자체가 각별하다.
표준어와 많이 다른 탓에 제주도민이 아닌 사람은 노래를 들었을 때 즉각적인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점, 가사 외에 음악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사우스 카니발이 한국의 비범한 로컬 밴드로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사항은 남아 있지만 현재로도 독특함은 충실히 보여준다. 여름에 어울리는 멋진 레게, 향토 문화를 담아낸 남다른 스카가 나왔다.
한동윤
2013 08/27ㅣ주간경향 1040호
수록곡들은 원색처럼 화사하고 밝다. 비디오게임 <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의 주제곡을 삽입해 아기자기함이 배가된 '몬딱 도르라', 독창과 합창을 주고받는 방식의 코러스로 곡의 호흡을 조절하면서 흥을 돋우는 '수눌음 요', 재즈와 라틴음악 요소를 강조한 '고라봐야' 등으로 밴드는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카니발을 개최한다. 템포가 느린 '바당이 나꺼영', '느영나영'에서는 오히려 느긋함을 앞세워 격하지 않은 즐거움도 존재함을 넌지시 이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락의 공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흥겨움도 흥겨움이지만 특이한 노래 제목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모두 함께 달리자는 뜻의 '몬딱 도르라', 서두르지 말라는 '와리지 말앙', 바다는 내 것이라는 뜻의 '바당이 나꺼영'처럼 많은 이가 생소해 할 제주도 방언을 써 색다르다. 가사도 표준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제주도 방언으로 작성됐다. 덕분에 노래들이 내보이는 이국적 정취가 한층 두텁고 진하게 느껴진다. 같은 한국어임에도 제주도 말이라서 이국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씁쓸하긴 해도 이 때문에 사우스 카니발과 이들의 음악이 퍽 유별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2009년 결성해 2012년 여름 데뷔 EP를 발표한 사우스 카니발은 제주도가 자메이카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섬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스카를 주 메뉴로 선택했다. 그러나 지리적 유사성에 대한 의미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방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제주도가 간직한 고유의 문화와 생활을 표현한다는 점이 여느 밴드와 비교해 새롭다. 우리 대중음악은 홍대 말고 여러 지역을 기반으로 언더그라운드 신이 형성되어 있지만 지역색을 나타내는 뮤지션은 거의 없었다. 이 이유로 사우스 카니발의 존재 자체가 각별하다.
표준어와 많이 다른 탓에 제주도민이 아닌 사람은 노래를 들었을 때 즉각적인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점, 가사 외에 음악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사우스 카니발이 한국의 비범한 로컬 밴드로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사항은 남아 있지만 현재로도 독특함은 충실히 보여준다. 여름에 어울리는 멋진 레게, 향토 문화를 담아낸 남다른 스카가 나왔다.
한동윤
2013 08/27ㅣ주간경향 10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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