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는 그렇다 그밖의 음악

디스는 재미있다. 일반적인 싸움과 마찬가지로 디스는 시작하는 순간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구경거리가 된다. 구경꾼들은 싸우는 이가 입는 상처에 측은해 하면서도 결국에는 더 강한 공격을 원하고 승자가 나오길 바란다. 이들의 공방이 치열하고 살벌할지라도 구경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다치거나 피해를 입을 일이 없으니 디스를 순전히 흥미로 여길 수밖에 없다. 디스는 제3자에게는 재미있는 공짜 관전이다.

디스는 숭고하지 못하다. 세상 어떤 비방과 폄훼가 고상하겠는가. 상대방의 형편없는 도덕성을 까발린다고 해서 그 행위가 아름다워 보이기는 어렵다. A가 B의 비리와 잘못된 점을 폭로하면 B는 더 거칠고 사납고 지저분하게 A를 공격하기 마련이다. 인간 관계에서 친절에 상호성이 발생하듯 혐오에는 격한 보복성이 작용한다. 디스가 흙탕물 싸움으로 귀결하고 마는 이유다. 싸움에 휘말린 이의 대응에서 그의 인성만 고스란히 드러난다.

디스는 소모적이다. 모든 싸움이 상처를 남긴다. 패자뿐만 아니라 승자도 마찬가지다. 헐뜯고 비방하는 게 승자가 된들 영광스럽게 느껴질 리는 만무하다.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는 죽음으로 끝을 봤고, 힙합 신의 최초 디스전이었던 브리지 워를 비롯한 웬만한 래퍼들의 디스는 그 어떤 발전적인 성과도 없이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디스 랩을 통해 재치 있는 가사를 쓰거나 플로를 단련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아니 그런 실력은 디스 랩 이전에 자기 정규 작품에서 이미 보여 줬어야 되는 거지.

여기저기서 연달아 나오는 디스 랩 때문에 이게 진정한 힙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어날까 무섭다. 어깨에 잔뜩 힘 주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욕설을 연달아 늘어놓는 게 힙합의 일부분이긴 해도 힙합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붐에 편승해 인기 한번 얻어 보려고 하는 이들도 보기 좀 그렇고. 왜 (일부) 래퍼들과 힙합 마니아들은 그렇게 '원 러브', '(리스펙트도 아니고) 리스펙'을 외쳐 댔으면서 이에 합류하거나 히히덕거리면서 지켜보는지. 생각이 짧음과 진실하지 못한 양면성이 답답하다.


덧글

  • 2013/08/27 00:3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27 14: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G  2013/09/03 13:29 #

    랩퍼라는 사람이 (영어도 잘 하면서) Control을 듣고 "오 나도 이름 나열하면서 까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대체 얼마나 맥락을 이해 못 한 건지...
  • 한동윤 2013/09/03 18:35 #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  sG  2013/09/03 23:48 #

    한국판 콘트롤 대전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랩퍼들 얘기입니다.
    미국에서 Control을 듣고 Kendrick Lamar를 공격하는 랩퍼들은 King of New York 왕좌를 지키겠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같은 곡을 듣고 거기서 얻은 교훈이 "오 우리나라 힙합도 이렇게 막 서로 까는 게 좋겠다 그게 힙합이니까" 라면 그것만큼 측은한 일이 또 있을까요.
  • 한동윤 2013/09/04 10:27 #

    콘트롤 대전에 참여하는 모든 래퍼는 아닌 것 같아요.
    켄드릭 라마의 랩에 영감 아닌 영감을 받아 그런 방식으로 한 사람이 있고, 그 뒤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특정 인물 간의 디스는 그들만을 공격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어쨌든 '디스가 진정 힙합다운 것이지'라는 인식이 커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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