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리듬 앤 블루스의 트렌드 원고의 나열

디스코, 펑크(funk)가 인기몰이 중이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Get lucky'를 비롯해 지난 6월 말부터 8월 17일 현재까지 9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는 로빈 시크(Robin Thicke)의 'Blurred lines', 이와 함께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 안에 머무는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Treasure'까지 옛 업 비트 장르가 음악 시장에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비록 히트 기준에 들지는 못했지만 자넬 모네이(Janelle Monáe)의 신곡 'Q.U.E.E.N.' 또한 1980년대 신스 펑크를 골격으로 삼아서 1970년대, 80년대 문법의 나지막한 재림을 부연한다. 손에 꼽을 정도지만 이런 스타일의 집중된 등장이 신기하다.

과연 디스코, 펑크의 부활 조짐인 것인가? 이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비슷한 사례가 비주기적으로나마 몇 차례 형성됐다면 중흥이라는 진단에 힘을 보탤 수 있겠으나 최근에 갑작스럽게 쏠린 형국이니 아니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디스코, 펑크의 득세 도래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디스코와 펑크의 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범위를 리듬 앤 블루스 전체로 확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몇 년간 리듬 앤 블루스는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아델(Adele), 더피(Duffy) 등에 의해 복고풍의 노래를 많이 들려줬기 때문이다. 최근 디스코나 펑크 형식의 곡이 여럿 나타난 것도 R&B가 과거로 돌아가는 흐름의 일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작금 리듬 앤 블루스는 그 옛날에 유행했던 형식의 리바이벌 외에 다른 쪽으로도 트렌드를 형성해 간다. 전자음악과의 결합으로 가창에서는 리듬 앤 블루스를 어느 정도 고수하나 외적인 모양은 댄스 팝으로 절충하는 흐름은 여전하며 어떤 이들은 전자음악과 퓨전을 이루되 춤추기용과는 동떨어진 음악을 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PBR&B의 유행은 당분간 적은 규모로라도 이어질 것 같다. 2013년의 리듬 앤 블루스는 서로 다른 음악 군을 만들어 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복고와 블루 아이드 소울

왼쪽부터 로빈 시크, 메이어 호손, 나일로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찬사를 함께 이끌어낸 故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Rehab',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 의해 리메이크됨으로써 소울의 새로운 클래식으로 등극한 더피의 'Mercy', 유럽과 북미를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큰 호응을 얻으며 라디오의 지속적인 신청곡으로 자리 잡은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 등은 복고풍 소울의 붐을 일으켰다. 이 노래들은 블루 아이드 소울의 건재함을 천명했으며 동시에 '브리티시 소울 인베이전'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영국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폭격에 크게 휘청거렸던 미국이지만 로빈 시크의 < Blurred Lines >와 메이어 호손(Mayer Hawthorne)의 < Where Does This Door Go >가 연달아 출시됨으로써 미국 또한 블루 아이드 소울과 예스런 향을 내는 소울이 살아 있음을 알렸다. 로빈 시크는 일렉트로니카 스타일도 섭렵하며 타협적인 자세를 취했고 메이어 호손 또한 완전히 1960, 70년대 분위기를 내기보다는 네오 소울과 보행을 맞추면서 영국 여가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음악적 방향은 달라도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는 준수한 새 앨범 < The 20/20 Experience >로 미국 블루 아이드 소울의 계보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임을 입증했다. 여기에 컨템퍼러리 리듬 앤 블루스를 함에도 야릇하고 섹시한 분위기로 이채로움을 발산하는 시카고 출신의 여성 뮤지션 나일로(Nylo)도 블루 아이드 소울의 샛별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지난 7월 발표한 믹스테이프 < Indigo Summer >는 독특한 스타일과 매력적인 가창으로 그녀의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자음악과의 퓨전

왼쪽부터 스텝키즈, 쿼드론, 오뜨르 느 뵈

2000년을 전후해 전자음을 입은 리듬 앤 블루스가 급증하면서 R&B와 일렉트로니카의 혼합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다만 그것들의 교배 방식이 틀에 박혀서 어느 순간 '흑인이 부르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으로 전락한 감은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전자음악과의 결합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주류의 가판대에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전략적 상품 외에도 실험적이며 줏대 있는, '퓨전'의 기치에 합당한 음악도 다수다.

코네티컷 출신의 3인조 밴드 스텝키즈(The Stepkids)는 록과 R&B를 활발하게 오가는 가운데 매 걸음에 신시사이저를 끼워 색다른 생기를 선사한다.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인 선더캣(Thundercat)의 두 번째 앨범 < Apocalypse >는 웡키(wonky)와 재즈를 기반으로 한 불안정하고 복잡한 사운드를 내고, 조지아 앤 멀드로(Georgia Anne Muldrow)와 더들리 퍼킨스(Dudley Perkins)의 부부 듀오 지앤디(G&D)도 새 앨범 < Lighthouse >의 'PopStopper', 'Power' 등에서 전자음악에서 기원한 웡키를 행했다. 덴마크의 혼성 듀오 쿼드론(Quadron)은 전자음보다는 보컬이 우위에 서는 방식으로, 영국 혼성 듀오 앨루나조지(AlunaGeorge)는 전자음을 더 부각하는 방식으로 전자음악과 리듬 앤 블루스의 결속을 선보인다.

평단의 고른 찬사를 받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오뜨르 느 뵈(Autre Ne Veut)의 새 앨범 < Anxiety >는 리듬 앤 블루스다운 면모를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전자음악과의 친화에 적극적이다. 뉴웨이브, 트립 합, 프리스타일 등을 한꺼번에 뒤섞은 반주에다 거칠게 노래를 부른다. 팝인지 록인지도 모를 그의 음악을 R&B로 규정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현재 R&B의 변화하는 모습 중 하나다.

PBR&B의 지속

왼쪽부터 잉크, 아쿠아, 위켄드

올해 그래미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미겔(Miguel)에게 트로피를 안겨 줌으로써 느닷없이 나타난 괴짜 장르를 제도권에 품었다. 그들의 성공이 도처에서의 열띤 모방으로 귀결되지는 않았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음악이 조금씩 등장함으로써 지속에 힘을 싣는다. 캘리포니아의 듀오 잉크(inc.)가 지난 2월에 발표한 데뷔 앨범 < No World >, 래퍼 타이가(Tyga)가 설립한 라스트 킹스 엔터테인먼트(Last Kings Entertainment)에 소속된 여가수 에스티(Esty)의 'Killing your ills', 캐나다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쿠아(Akua)의 'Gravity'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장르의 대표 주자인 위켄드(The Weeknd)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는 9월 새 앨범 < Kiss Land >의 출시를 앞두고 그는 'Kiss land', 'Belong to the world', 'Love in the sky' 등의 신곡을 공개했다. 노래들은 전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편곡, 유려한 멜로디를 갖췄지만 차트 성적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PBR&B는 정립되지 않았으며 유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박탈감과 좌절감의 표현, 육체적 관계에의 탐닉, 리듬 앤 블루스-전자음악-힙합-록 등 다양한 양식과의 교배, 흐리멍덩한 대기의 만연을 일반적인 속성으로 갖지만 이 요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리듬 앤 블루스 신 변화의 핵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르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면모를 보일지 지켜보는 일이 재미있을 듯하다.

2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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