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견상 우세하지만 실속도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서 출시한 'Sex never felt better', 'I need'부터 이미 예견했던 바다. 그룹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인기 끌었던 리듬 앤 블루스의 포맷을 고수한다. 자신들의 전성기에 한 음악이다. 그 시절을 열띤 애정으로 대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추억의 복구이며, 근래 R&B를 만족스러워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도피의 창구이겠으나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혼자 해도 될 것을 굳이 모여 감흥 없는 동어를 반복하고 있다.
새로웠어야 했다. 세 남자의 보컬 기량은 10년도 더 전에 검증됐다. 따라서 돌아가며 차례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무의미하다. 함께이기에 가능한 하모니 위주의 가창을 선보이든지 솔로일 때 보여 주지 못한 아주 독특한 양식을 모색했어야 했다. 유명한 가수들이 팀을 조직해 한 무대에 나란히 서는 것은 팬들의 궁극적인 바람이 아닐 것이다. 음악 스타일이 서로 무척 유사한 이들이 함께할 때 발생하는 불운의 무던함과 묽음이 여기에서도 터져 나왔다.
티지티(TGT)는 제럴드 리버트(Gerald Levert), 키스 스웨트(Keith Sweat), 조니 길(Johnny Gill)이 결성한 엘에스지(LSG)의 단점을 답습하고 말았다. 감미로운 멜로디는 닮은꼴의 곡을 양산하며 앨범 전체를 심심함의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열일곱 편이나 되는 많은 양이 무색해졌다. 마치 수록곡들이 서로 달라붙은 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에 대한 기약 없이 끝난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알리 샤히드 무함마드(Ali Shaheed Muhammed), 돈 로빈슨(Dawn Robinson)의 루시 펄(Lucy Pearl)의 데뷔 앨범이 호평을 받은 것은 구성원의 각기 다른 성향이 빚은 시너지 덕분이었다. 그들은 새 팀이 되어 과거의 연장이 아닌 산뜻한 현재를 선보였다. 그러나 티지티는 과거에 머물렀다. < Three Kings >는 추억을 곱씹고 셋이 함께한 순간을 잡고 싶은 이들만을 위한 작품에 그쳤다.
2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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