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박수 있다 원고의 나열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신곡 'Applause'에서 '박수갈채를 위해 산다'면서 내내 박수를 부르짖는다. 또 박수처럼 들리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박수를 유도한다. 노래를 듣다 보면 손뼉을 치지는 않더라도 몸은 어느 순간 절로 '짝짝-짝-짝짝-짝'의 반복되는 리듬을 타게 된다. 'Applause'의 중독성은 이 부분에서 발휘된다. 레이디 가가의 화려한 박수 동냥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음을 빌보드 차트 성적이 입증한다.

박수는 위대하다. 노래에 기력을 보태며 노래를 더욱 흥겹게 만든다. 이 덕분인지 박수 소리가 들어간 노래는 대체로 인기를 얻는다. 뿐만 아니라 가사를 부연하거나 특정 상황을 부각하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 박수는 곡의 임팩트를 증대하는 아주 효율적인 수단인 것이다. 레이디 가가처럼 대놓고 대중에게 박수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날 때부터 박수 소리를 들인 노래들을 가늠해 보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당신들의 센스 있는 박수 삽입에 박수를!



베이 시티 롤러스(Bay City Rollers) 'Saturday night' / 1976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도입부의 박수 소리는 토요일 밤을 뜨겁게 불태울 계획 중인 청춘의 들뜬 마음을 대변해 준다. 로큰롤 음악에 맞춰 밤새 춤을 출 생각에 '토요일(saturday)'을 한 음절, 한 음절 외치는 것도 흥분에 가득 차 있으며 이 분위기는 박수 덕에 더욱 후끈 달아오른다. 후렴의 멜로디가 팍 터지는 게 아님에도 구호와 박수의 맞물림이 노래를 다부져 보이게 했다. 섬세한 가공으로 말미암아 'Saturday night'는 베이 시티 롤러스가 미국에 진출하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데에 기폭제가 되어 줬다.

비틀스(The Beatles) 'I want to hold your hand' / 1964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무척 익숙한 이 노래는 비틀스의 첫 빌보드 넘버 원 싱글이었으며 서구 대중음악사의 중대한 사건인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신호탄이 됐다. 경쾌하고도 흡인력 강한 멜로디 자체가 압권이지만 버스(verse)에 깔린 박수 소리는 흠모하는 이성에게 당신의 손을 잡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 전 화자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대변한다. 고백을 앞둔 설렘이 박수 소리로 표현됐고 이는 노래를 더욱 풋풋하게 들리도록 했다.

렘브란츠(The Rembrandts) 'I'll be there for you' / 1995년 빌보드 싱글 차트 17위
이 노래에서 박수 소리는 달랑 네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잠깐 스치고 지나가지만 'I'll be there for you'는 미국 시트콤 < 프렌즈(Friends) >의 주제가로 사용됨으로써 큰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박수 소리까지 많은 시청자에게 각인했다. 오프닝 타이틀에서 박수 소리가 흐를 때 다른 주인공들이 극에서 행한 인상적인 동작이 맞춰지긴 했어도 네 번째 시즌의 오프닝 중 챈들러(매튜 페리 분)가 자기의 머리를 치는 장면, 열 번째 시즌 오프닝에서 리모컨을 두드리는 장면은 그 타격감 덕에 더 잘 기억되는 것 같다. 데뷔 싱글 'Just the way it is, baby'가 이 노래보다 차트 성적은 조금 높았으나 'I'll be there for you'가 더 유명한 이유는 박수의 힘이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스티브 밀러 밴드(Steve Miller Band) 'Take the money and run' / 1976년 빌보드 싱글 차트 11위
유명한 범죄자 커플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의 일화를 착안한 듯 'Take the money and run'은 두 연인 빌리 조(Billy Joe)와 바비 수(Bobby Sue)가 은행을 털고 빌리 맥(Billy Mack)이라는 형사가 이들을 쫓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빌리와 바비가 끝까지 도주하는 모습은 후반부의 지글거리는 기타 연주로 표현되고 있으며, 이 부분은 노래의 압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박수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빌리와 바비 커플이 엘 파소로 향하는 순간, 형사 빌리가 소개되는 부분에 들어간 박수는 인물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역할을 하며 줄거리에 긴장감도 심어 준다. 다섯 번씩 나오는, 총 열 번의 박수는 노래에 사실감을 부여했다. 박수 스타일을 봐서는 렘브란츠가 이 노래를 모델로 삼지 않았을까 하다.

아웃캐스트(OutKast) 'Hey ya!' / 2003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힙합과 전자음악의 요소가 은은하게 밴 로큰롤 넘버 'Hey ya!'는 아웃캐스트의 변신을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여느 대부분 노래와 같이 여기에서 박수는 흥겨움을 보충하고 있으나 티 나지 않고 묻어가는 수준이다. 리드하는 게 아니라 각 소절에서 가사가 끝나야 등장한다. 그것도 1절에만 나오고 조용히 퇴장해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 노래에 박수가 있었어?'라고 의아해 할지도. 하지만 확인을 위해 다시 들어 본다면 박수가 나오는 부분이 확실히 더 경쾌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것이다.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 'In the navy' / 1979년 빌보드 싱글 차트 3위
운동회 때면 으레 하는 '3-3-7 박수'보다 리듬을 한 번 더 쪼갠 '3-3-8 박수'로 다이내믹함을 살렸다. (이 분할박의 날렵함!) 그리고 이 분위기를 타서 모병의 뻐꾸기를 날리기 시작한다. '네가 어디서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겠어? 어떤 세상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겠어? (중략) 해군에서 넌 7대양을 누빌 수 있어. 해군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지' 세상 웬만한 꼬임이 다 그렇듯 노래는 남들은 쉽게 누릴 수 없는 즐거움과 판타지를 여기, 혹은 이것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특별하게 선택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모험과 애국의 피가 끓는 청년들에게는 혹할 내용이긴 하지만 군대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는 없다. 노래의 활력을 키우는 박수 소리는 입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취하는 유혹의 손길 같다.

미스터 빅(Mr. Big) 'To be with you' / 1992년 빌보드 싱글 차트 2위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추어 밴드 활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카피해 봤을 노래가 'To be with you'일 것이다. 특히 밴드에게는 기타 좀 치고, 베이스가 쉬운 코드로 받쳐 주면 나머지는 탬버린이나 다른 타악기를 두드리면서 박수나 치면 된다는 수월함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는 그만큼 박수 의존도가 높다. 여느 아카펠라곡보다 박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노래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안정적인 보컬과 기타 연주다. 그게 안 되면 결국 부질없는 박수만 휘날리는 허름한 노래가 되더라.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End of the road' / 1992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박수가 들어갔다고 해서 다 신 나는 것은 아니다. 'End of the road'에서의 박수는 몹시 구슬프고 애처롭게 들린다. 특히 끝부분에서 반주는 페이드아웃이 되고 박수 소리가 점점 드러나는 편곡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수 없는 화자의 간절한 마음과 처연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더는 의지할 존재 없이 '길의 끝'에 완전히 홀로 선 남자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전달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곡의 여운은 더 강하게 남는다. 베이비페이스(Babyface), 엘에이 리드(L.A. Reid) 콤비의 면밀한 프로듀싱에 또다시 감탄하게 된다.

킴 칸스(Kim Carnes) 'Bette Davis eyes' / 1981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사실 이 노래에 박수 소리는 없다. 그렇다고 박수 소리를 대신한 드럼 소리가 'Applause'처럼 고의적으로 청취자의 박수를 이끄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일명 '따귀 춤'이라고 불렸던 뮤직비디오 속 댄서들의 안무는 주변 사람의 뺨을 가격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댄서들이 박자에 맞춰 세트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동작도 있으나 그것은 다수의 뇌리에 들어서지 못했다. 박수 소리를 연상시키는 차진 드럼 프로그래밍은 사디즘의 주문을 펼치는 강렬한 영상미의 원조로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손을 양옆으로 휘젓게 했다. 많은 이에게 뉴웨이브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킴 칸스의 커버 버전이 알려져 있지만 팝 스탠더드, 재즈, 컨트리가 혼합된 재키 드섀넌(Jackie DeShannon)의 오리지널도 꽤 멋스럽다.

퀸(Queen) 'We will rock you' /
리스트를 보면서 이 노래가 왜 안 나오나 싶었을 것 같다. 운동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는 리듬은 경기장에서 응원의 수단으로 특히 많이 쓰이고 있다. 장내의 열기를 지피는 노래로 단연 1위고 한 번 들으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단순하고도 명백한 구성 덕분에 많은 노래에 차용되기도 했다. 곡이 너무 짧고 폭발하는 것 없이 다소 허무하게 끝나는 게 아쉽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장점으로 스포츠에서 환영하는 최고의 배경음악으로 등극한 지 오래다. 퀸은 몰라도, 'We will rock you'라는 제목은 몰라도 이 리듬을 인지하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 또한 박수의 힘이다. ('We will rock you'는 차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라디오 방송에서는 A면의 'We are the champions'와 함께 전파를 타곤 했다.)

이 외에 비틀스의 'Ob-la-di, ob-la-da', 원더스(The Wonders)의 'That thing you do',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Faith', 로맨틱스(The Romantics)의 'What I like about you', 존 멜런캠프(John Mellencamp)의 'Jack and Diane', 산타 에스메랄다(Santa Esmeralda)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커티스 블로(Kurtis Blow)의 'The breaks' 등에서도 박수를 들을 수 있다. 소리는 다들 거기서 거기이지만 각각의 노래에서 다른 개성을 창출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2013/09 한동윤
웹진 이즘

덧글

  • 2900 2013/09/04 16:32 # 삭제

    저에겐 박수하면 바로 떠오르는 노래는 역시 Pat Metheny의 First Circle 입니다.
    도입부의 오묘한 박자의 박수를 청중들이 모두 따라 치는 라이브 영상을 보고는
    혼자 연습해보기도 했었습니다ㅎㅎ
  • 한동윤 2013/09/05 13:28 #

    라이브 앨범이군요~ 가장 자연스러운 박수소리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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