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 저작권' 기대와 우려 원고의 나열

이달 초 일부 안무가들이 안무 저작권을 관리하는 단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위시해 근래 나라 안팎에서 큰 인기를 얻은 노래들의 히트 요인으로 인상적인 춤동작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작사가와 작곡가 등에게 저작권료가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노래와 달리 안무는 창작에 대한 보수를 받는 데서 그친다.

이런 탓에 안무에 대한 저작권 제도를 정착하려는 움직임은 대중음악에 쓰인 춤을 지적재산으로 인정받고 앞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확실히 지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좋은 취지이고 반드시 풀어야 할 일이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단체가 설립되면 우선 방송안무를 가르치는 댄스학원에 저작권료를 징수하겠다고 한다. 대부분 댄스학원의 방송안무 수업강사들이 안무가들이 짠 안무를 그대로 따 와서 수강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상업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타당한 주장이긴 하나 이는 자칫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 댄스학원 다수가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작권료를 징수하면 학원은 이전까지 없던 지출을 상쇄하고자 일차적으로 강사들의 급여를 낮추거나 극단적으로는 강좌를 폐지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댄서가 댄서의 밥그릇을 빼앗는 셈이다.

주류 시장에서 대중음악의 생명 주기는 굉장히 짧아졌다. 한 노래로 두 달 이상 방송활동을 하는 가수가 극히 적어 방송안무의 생명력 또한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노래가 정말 큰 히트를 기록하거나 안무가 아주 독특한 경우가 아니라면 세월이 지나고도 회자되는 경우는 드물다. 댄스학원에서 지금 유행하는 노래의 안무로 수업해 봤자 한 달을 넘기지 않는다. 아무리 안무가라는 높은 직위에 올랐다고 해도 댄서들의 활동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학원으로부터 저작권료를 받겠다는 것은 어떻게든 찰나의 수익을 챙기겠다는 얕은 속내로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모든 안무가 정당하게 저작권료를 요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국 댄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방송안무에는 이미 만들어진 춤동작을 따라한 것이 간간이 포착된다. 최근 큰 인기를 얻은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에는 '파핑(popping)'과 미국 댄서 돈 캠벨(Don Campbell)이 고안한 '로킹(locking)' 동작이 다수 쓰였다. 또한 후렴 부분에는 미국 스트리트 댄서 미스터 위글스(Mr. Wiggles)가 만든 로킹 안무가 나온다. 전자는 어떤 안무에서든 응용할 수 있는 춤의 기초동작이라고 좋게 넘기더라도 후자는 미스터 위글스의 안무를 도용한 것이 명백하다. 전체 안무가 순수하게 자기 창작물이라고 자신할 것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리 대중음악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안무에 저작권을 도입하는 일은 단발로 마감했던 춤의 가치를 높이고 연장하는 작업으로서 매우 중대하다. 하지만 명분이 주류에 속하지 않은 춤꾼들과 변방의 댄스학원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저작권 제도가 댄스계 전반에 걸친 발전이 아닌 상위 특권층만을 위한 혜택으로 귀결되는 사태도 경계해야 한다. 더불어 남의 춤을 함부로 답습하지 않으려는 양심적인 자기 검열, 또는 타자를 통한 검증도 바탕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 밖에도 신경써야 할 사항은 많을 듯하다. 단체의 설립과 저작권 제도화가 현명하게 이뤄지길 희망한다.

한동윤
2013 09/24ㅣ주간경향 1044호

덧글

  • 검마르 2013/09/24 14:22 #

    로킹이 아니구 락킹요
  • 한동윤 2013/09/24 15:03 #

    외래어표기법상 로킹이 맞는 표현입니다 :)
  • 천공의채찍 2013/09/24 18:00 #

    님 용팝이들 꽤나 싫어하시는듯 ㅠㅠㅠ
    예쁘게 봐주세요 ^^;;
  • 한동윤 2013/09/25 11:26 #

    노래를 싫어하지 사람을 싫어하진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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