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샘플을 잘 선택하고 그것들을 영리하게 조직한 좋은 예 원고의 나열

이피엠디의 데뷔작 [Strictly Business]는 단조로움 안에서 멤버들의 기본기와 센스가 빛을 발한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어쩌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심심함을 안기는 음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석에 입각한 래핑과 탁월한 샘플 취사는 음악에서 나타나는 평이함을 그룹만의 특별함으로 승화시켰다. 이러한 표출은 표제처럼 '순전히 비즈니스'나 다름없었다.

두 멤버의 음성은 모두 건조해 래핑은 무책임하고 무신경한 것 같이 느껴진다. 더욱이 톤 자체도 일정하고 변화무쌍한 플로우를 타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아쉬운 점은 정교하고 체계적인 라이밍(rhyming)으로 보완했다. 절대로 그냥 건너뛰거나 은근슬쩍 넘어가는 법 없이 마디마다 각이 딱딱 떨어지는 라임을 배열해 보였다. 균일한 규격에 유려함이 넘쳐흐르는 문장의 후미는 이피엠디 사업의 효자 상품이었다.

불안한 점은 하나 더 머무르고 있었다. 바로 훅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리스크는 샘플링으로 극복했다. 이피엠디는 기존에 출시된 노래의 보컬 부분을 인용해 훅이 없어 생기는 공간을 채웠다.

샘플링은 코러스뿐만 아니라 악곡 전체에서 위력을 퍼뜨렸다. 이피엠디는 펑크, 소울은 물론이고 프로그레시브 록, 블루스 록, 심지어는 힙합에서도 원료를 구해 다양화를 꾀했다. 이들이 록을 끌어다 쓰고 펑크를 주로 활용한 시초는 아니었으나 [Strictly Business]의 방식은 다음에 나올 힙합 뮤지션들에게 중요한 용례가 되었다. 좋은 샘플을 고르는 안목과 그 재료들을 끈기 있게 조합해 낸 소산은 프로듀서로서의 자질도 뛰어남을 말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