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 대한민국 힙합 문화의 메신저 원고의 나열

감히 단언하건대 한국에서 듀스는 흑인음악의 결정판 같은 존재다. 이들은 세 편의 정규 앨범과 한 편의 리믹스 앨범으로 R&B, 힙합, 재즈, 펑크(funk) 등 흑인음악의 다양한 면면을 선보였다. 게다가 재기 넘치는 표현과 탄탄한 구성으로 예술성을 갖췄다. 그들을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랩 그룹이나 댄스 가수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이유가 일련의 사항으로 설명된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만난 두 멤버 김성재와 이현도의 첫 활동은 현진영의 백업 댄싱 팀 '와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둘은 현진영의 뒤에서 춤을 추는 무명의 무용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3년 '나를 돌아봐'로 데뷔했을 때 그들은 대중에게 아주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텀블링과 브레이크댄싱을 섞은 격정적인 안무, 입으로 리듬을 만들어 내는 비트박싱, 빠른 래핑은 이전에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현진영의 모습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항은 듀스가 춤만 잘 추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음악을 만든다는 점이었다. 흑인음악 싱어송라이터의 등장이었다.

1집이 듀스의 출현을 선전하고 국내에서 랩 음악의 확산 추세를 가늠하게 하는 작품이었다면 2집 [Deuxism]은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나타낸 앨범이었다. 뉴 잭 스윙('그대 지금 다시', '우리는')을 비롯해 지 펑크풍의 힙합('무제'), 랩 록('Go! Go! Go!'), 마이애미 베이스('약한 남자'), 아카펠라('Prelude - 난...')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했다. 'Go! Go! Go!'와 '약한 남자'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각운을 반복함으로써 한국말 래핑의 재미를 선사했다.

리믹스 버전과 신곡을 수록한 앨범 [Rhythm Light Beat Black]은 전작들보다 더욱 다채로워진 샘플링과 리듬 보완으로 리믹스의 묘미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댄스음악 성향을 더 강하게 내고 힙합다운 모양을 구축한 것 외에 성과는 더 있다. 수록곡 중 밝은 멜로디와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템포가 어우러진 '여름 안에서'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다. 노래는 매년 여름이면 라디오와 피서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여름날의 찬가가 됐다.

세 번째 앨범 [Force Deux]로는 음악적 깊이와 넓이를 확보했다. '굴레를 벗어나', '의식혼란', 'Message' 등은 펑크를 접목해 거칠고 강한 느낌과 예스러움을 나타냈으며 'Nothing but a party'는 자메이카 음악의 하나인 댄스홀로, '반추'는 재즈 힙합으로 다양성을 갖췄다. 3집에서도 쇄신과 탐구에 대한 예술가적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듀스는 평범한 사랑 노래만 부르지 않았다. 삭막한 세상에서 이해, 배려, 여유를 갈구하는 'Go! Go! Go!', 경쟁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의 괴로움과 한탄을 담은 '의식혼란'과 'Message',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은 어렵고 고되지만 긍정의 기운을 내는 '우리는'이나 '굴레를 벗어나' 등은 젊은이들의 보편적 고민, 분노를 대변한다. 이는 듀스의 음악 한편에 구비한 사회성과 저항성을 해설해 준다.

매번 새로웠던 격렬한 안무와 근사한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성재와 이현도는 여러 종류의 현란한 스트리트 댄스, 그라피티가 그려진 티셔츠, 독특한 액세서리 등으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들이 보인 춤과 의상은 트렌드를 좇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즉각적으로 확산됐다. 이는 힙합 문화의 메신저로서 듀스가 했던 역할을 설명해 준다.

듀스는 극히 감각적이었지만 같은 시기에 활약한 여느 댄스 그룹들처럼 그것만 강조하지는 않았다. 흑인음악의 갖가지 장르를 높은 완성도로 구사하면서 진중한 사회의식도 담아냈다. 이러한 까닭에 아티스트로 길이 칭송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 후배 래퍼와 R&B 보컬리스트도 다수를 차지한다. 듀스가 우리 대중음악계 최고의 흑인음악 듀오였다는 점은 자명하다.

2013/07 엠넷 레전드 100

덧글

  •  sG  2013/10/19 01:56 #

    90년대에 있었던 몇 안 되는 "좋으면서 동시에 중요한" 음악이죠 ㅎㅎ
  • 2013/10/21 00:3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0/21 08: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1 10: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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