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FBI도 긴장하게 한 갱스터 랩 폭주 기관차 원고의 나열

1989년 여름 엔더블유에이의 소속사인 루스리스 레코드사는 FBI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폭력을 조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우리는 그러한 행동에 이의를 제기한다.”

연방 수사국의 결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폭력적인 경찰을 비난한 'Fuck Tha Police'였다.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내용도 문제였으나 자칫하다가는 그들의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일이 발생할까 봐 내심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데뷔 앨범 [Straight Outta Compton]은 거침없는 표현과 과격한 언어로 미국 전역을 흔들어 놓으며 자신들을 단숨에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폭력을 획책하고 마약과 섹스에 초점을 맞춘 불순한 노랫말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에 다른 음반의 재킷에 쓰이기도 했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그룹(The World's Most Dangerous Group)'이라는 별칭은 더없이 적합했다.

주저하지 않고 욕을 해 대며, 여성을 업신여기거나 섹스에 매달리는 외설스러운 내용, 화약내 가득한 범죄적 사고방식이 만발한 앨범은 갱스터 랩 시대를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힙합 신, 특히 서부는 한동안 폭력성과 선정성 농후한 랩으로 점철되는 편중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힘없고 가난한 흑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나 궁극적으로는 많은 후배 래퍼를 뒷골목 무뢰한의 행동, 과격한 삶에 몰두하게 하는 물꼬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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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가사 말고도 음악적인 부분도 비슷한 양으로 기술하려고 했다.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는 갱스터 랩이 성장하고 대신에 이전까지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유행했던, 전자음악 내지는 일렉트로 펑크에 기반을 둔 댄서블한 랩 음악의 시대가 저문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갱스터 랩의 대표곡이 된 'Straight Outta Compton'이 맨 앞에 나와 있고 앨범의 마무리를 댄스곡인 'Something 2 Dance 2'가 장식하는 배열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게다가 이후 아이스 큐브나 이지 이 음악의 전형적인 공식이 된 비트메이킹의 요람이라는 점도.

앨범 재킷에 대해서도 당연히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힙합 앨범 중에서 가장 무서운 재킷 중 하나로 꼽는다. 일명 다구리 신. 무리한테 공격을 당하는, 혹은 당할 예정인 피해자의 시선이 포착한 공격(예정)자의 모습은 그들이 꼭 살벌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확실한 공포다. [킬 빌]에서 결혹식을 올리려는 블랙 맘바를 공격한 암살단이 피투성이의 그녀를 내려다보는 장면이라든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알도 중위와 그의 동료가 적군의 이마에 나치 모양을 새기려고 다가갈 때의 모습이 비슷한 경우다.

이들은 이름도 참 잘 지었다. '성깔 있는 깜둥이' 이름처럼 노래했으나 얼마 못 가 해체한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