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누군가는 얼터너티브 R&B라고도 할 본 작품은 굵직한 현상을 보여 주는 동시에 각각의 노래로 독특함까지 표현한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케렐라(Kelela)의 데뷔 믹스테이프 [Cut 4 Me]가 흥미로운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Guns & synths'는 신스팝 본연의 루프를 돌리고 나서 성근 비트로 변환하며, 'Enemy'는 후반부에 샤미센 연주를 삽입해 이채로운 분위기를 내고, 'Cut 4 me'는 울림을 준 베이스로 몽롱함을 연출한다. 단순한 신호음에 가까운 전자음에 타악기가 뒤늦게 들어서며 빈 부분을 채우는 'Do it again',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한 코러스가 묘한 지저귐으로 들리는 'Something else' 등 모든 노래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제시한다. 오묘함으로 뭉뚱그려진 상태지만 저마다의 개성은 또렷하다.
언급할 거리는 특이한 반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케렐라 미자네크리스토스(Kelela Mizanekristos)가 본명인 앨범의 주인공은 사라 본(Sarah Vaughan),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아멜 라히유(Amel Larrieux) 등을 본보기 삼아 기량을 연마한 인물답게 깔끔한 가창과 더불어 자신의 여린 톤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슬기로운 연기까지 행해 낸다. 2011년 보컬리스트로서 첫 등판이었던 일렉트로닉 뮤지션 데이델러스(Daedelus)와의 협업 'In tatters'에서는 보컬에 비중이 적었던 반면에 지금은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펼치고 있다.
[Cut 4 Me]는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현재를 살피는 지표로서 또 하나의 재미를 제공한다. 새천년에 즈음해 리듬 앤 블루스는 크렁크의 댄서블한 포맷에 큰 대지를 내줬다. 그리고 지나치게 음악이 가벼워질 때 무렵 과거로 복귀하는 흐름이 일었다. 또 얼마 뒤부터는 일렉트로팝과의 경계를 허문 클럽 친화적인 리듬 앤 블루스가 막강한 세력을 형성했다. 그리고 다시 전자음악의 요소는 지녔지만 춤과는 거리를 둔 형식이 나오는 중이다. 이 앨범은 대중음악의 한 갈래가 상업화, 경량화의 방향으로 치닫다가 대안을 모색해서 자정하는, 혹은 자정해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의 반복을 기록하는 페이지다.
다른 트렌드도 가늠이 가능하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Nostalgia, Ultra], 위켄드(The Weeknd)의 [House Of Balloons]처럼 케렐라 또한 무료로 내려받는 믹스테이프 형식으로 데뷔 무대를 치렀다. 레이블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기가 마음껏 감독, 생산할 수 있으며 출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어 새내기 뮤지션이나 영세한 뮤지션에게는 무척이나 좋은 방편인 것이다. 소문이 이제는 입보다는 하이퍼링크로 전달되는 시대이기에 믹스테이프는 홍보도 용이하게 한다. 프랭크 오션, 위켄드가 그랬듯 케렐라도 정규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알찬 내용물의 음반으로 매체와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채로운 느낌을 내는 비트의 잔치, 준수하면서도 여성스러움이라는 매력을 더한 노래로 케렐라는 성공적인 첫발을 뗀 듯하다. 그녀가 이 새로운 리듬 앤 블루스의 대안적 경향을 주도하는 인물로 성장할지 아니면 유행의 한 순간을 기입하는 것으로 끝날지에 대한 결과도 기대된다. 필요한 것은 지속력과 추진력이다.
2013/10
http://fadetomind.net/kelela/ 이곳으로 가면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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