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소울 명인들의 특별하고 멋진 일탈 원고의 나열

새로운 조합은 대중에게 늘 색다른 산물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안긴다. 따로 활동해 온 뮤지션 둘 이상이 기존에 없던 팀을 짜게 되면 구성원들이 어떠한 상승효과를 빚어낼지, 혹은 어떤 신선한 모습을 보여 줄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다른 가수와 짝을 이룬다고 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증폭된다. 뮤지션들 역시 그에 부응하고자 지금까지 활동과는 차별되는 특별함을 모색한다. 최근 2. 3년 동안의 흑인음악 신을 보면, 존 레전드(John Legend)와 루츠(The Roots)가 함께한 [Wake Up!], 나스(Nas)와 데미안 말리(Damian Marley)의 합작 [Distant Relatives], 여성 싱어송라이터 리스(Res)와 탈립 콸리(Talib Kweli)가 결성한 아이들 워십(Idle Warship)의 [Habits Of The Heart]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앨범들은 많은 음악팬의 시선을 사로잡는 동시에 신선미도 내보였다.

올해 3월 R&B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협업 소식이 한차례 더 전해졌다. 네오 소울을 대표하는 가수들인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와 실리나 존슨(Syleena Johnson)이 다가오는 여름에 듀엣으로 음반을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뮤직 소울차일드는 2000년 감미로운 노래들을 가득 담은 [Aijuswanaseing]으로 데뷔해 'Just Friends (Sunny)', 'Halfcrazy', 'Dontchange' 등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순식간에 남성 네오 소울의 계보를 이을 신성으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부드러운 음색과 깔끔한 보컬로 여심을 사로잡았고 발표하는 앨범마다 평단의 고른 찬사를 이끌어내는 등 상업적, 예술적으로 모두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독특한 앨범, 노래 제목으로도 돋보였으며 잘 정제된 근사한 음악을 앞세워 다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60, 7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블루스, 소울 가수 실 존슨(Syl Johnson)의 딸 실리나 존슨은 1999년 [Love Hangover]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가수 경력을 시작했다. 뮤직 소울차일드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졌으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All Falls Down', 디엠엑스(DMX)의 'Untouchable', 캠론(Cam'ron)의 'Down And Out' 등 다수 래퍼와 함께 작업하며 보컬리스트로서 위상을 높였고 [Chapter] 시리즈처럼 통일성을 신경 쓴 자신의 앨범들로 매체의 호평을 들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첫손에 꼽힐 뛰어난 R&B 싱어송라이터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 둘이 같은 자리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분명 솔깃하고 흥분되는 사건이 틀림없다.

흥미로운 점이 더 있다. 네오 소울을 둘의 교집합으로 둠에도 보통의 예상과는 달리 이들이 첫 공동 작품의 주메뉴로 레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앨범 발매 소식을 전하며 당최 믿기 어려운 귀띔을 하긴 했지만 8월 중순에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한 'Feel The Fire'는 정말 레게가 맞았다. 그동안 반신반의했던 팬들은 당당하고도 획기적인 변신에 적잖이 놀랐을 듯하다. 이와 같이 [9INE]의 묘미는 솔로 시절에 들려줬던 노래들을 잊게 할 정도로 과감하게 행한 음악적 일탈에 있다. 종래의 스타일을 답습하지 않고 새 파트너를 만나 생생한 시도와 실험을 했다는 사항만으로도 앨범의 성과는 선명하게 반짝인다.

이들의 화려한 변신에는 프로듀서 케마 맥그리거(Kemar McGregor)의 도움이 컸다. 여러 종류의 레게 음반 출시를 포함, 시즐라(Sizzla), 비니 맨(Beenie Man), 맥시 프리스트(Maxi Priest), 집션(Gyptian) 같은 유명 레게 가수의 작품을 감독하며 레게 전문 프로듀서로서 지위를 확고히 한 그는 2011년 시네드 오코너(Sinead O'Connor)가 보컬로 참여한 'How About I Be Me'를 시작으로 팝을 접목한 대중적인 레게 컴필레이션 앨범을 준비 중이었다. 그때 객원 가수 중에 실리나 존슨과 뮤직 소울차일드가 있었고 얼마 후 둘이 제대로 레게를 해 보고 싶다는 의견을 모으자 케마가 기꺼이 제3의 멤버가 되면서 [9INE]을 제작하게 됐다. 둘의 수더분한 보이스 컬러는 케마의 지향에도 들어맞아 앨범은 레게 본연의 느긋한 멋은 풍기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소리를 낸다.

리드 싱글 'Feel The Fire'는 앨범의 대중 지향적 태도를 대표한다. 시작부터 자메이카 스타일의 토스팅(toasting, 입타령)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강하지는 않지만 알맞은 리듬감을 갖춘 반주로 차분한 그루브를 전달한다. 여기에 뮤직과 실리나의 단아한 가창이 더해져 곡을 한층 품위 있게 포장한다. 케마 맥그리거는 노래에 대해 “개인적으로 레게는 새로운 사운드와 신선한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레게 프로듀서로서 찾던 정확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점잖은 바운스로 서두를 떼는 'Alright'와 단출한 루프가 인상적인 'Slow Love', 실리나 존슨의 간드러지는 가성과 스트레이트한 가창이 골고루 조화된 'So Big'도 마찬가지로 분위기의 적당한 선을 탐으로써 경솔하지 않은 즐거움을 전달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리믹스 버전 'Feel The Fire (Dancehall Stylee)'는 원곡보다 빠른 템포와 한층 무거워진 베이스로써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든다. 리듬을 보강해 전체 조직도 두터워져 더욱 실하게 느껴지며 신스음을 추가해 트렌디한 틀을 완성했다. 실리나 존슨이 브리지에서 레게 스타일의 창법으로 색다른 보컬 연기를 펼치는 'Pieces Of You', 뮤직 소울차일드가 지금까지의 면모와 확연히 차이 나는 구수한 가창을 선보이는 'Bring Me Down', 보컬에서 리듬 앤 블루스 듀엣곡 느낌을 강하게 내비치는 'Promise'도 서인도제도 섬나라에서 태어난 레게가 보유한 특유의 흐뭇함을 여실히 표현하고 있다.

숫자 '9'를 내걸은 앨범 제목은 여러 의미를 포함한다. 실리나 존슨은 1976년 9월 2일생이고 뮤직 소울차일드는 1977년 9월 16일생이라서 공통된 달인 9월을 뜻하는 숫자를 택했다고 한다. 전체 녹음을 단 9일 만에 끝냈음에도 그 의미를 더 부각하기 위해 출시를 일부러 9월(미국 기준)로 맞췄다. 'Feel The Fire (Dancehall Stylee)'를 제외하고 9곡(듀엣 3곡, 실리나 존슨 솔로 3곡, 뮤직 소울 차일드 솔로 3곡)으로 구성된 점도 '9INE'이라고 명명한 이유다. 앨범은 타이틀로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흥미로움이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두 가수의 전문 분야에서 살짝 빠져나온 장르 선정부터 신기하다. 이것이 경력에 안주하는 행동이 아니라 새로움을 탐구하고 나아가 발전하려는 의도이기에 더욱 값지다. 또, 유비포티(UB40)의 'Red Red Wine', 이너 서클(Inner Circle)의 'Sweat (A La La La La Long)', 지미 클리프(Jimmy Cliff)의 'I Can See Clearly Now' 등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레게 히트곡이 있지만 레게는 항상 너른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마니아 장르인 것이 사실이다. 자신들의 재능과 경험을 녹여낸 레게 음반을 제작함으로써 레게의 대중화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의도 대단하다. [9INE]은 기획과 음악에서 재미 이상의 놀라움을 기록할 작품이다. 뮤직 소울차일드와 실리나 존슨이 제대로 일을 저질렀다. 네오 소울 명인들의 훌륭한 탈선이다.

2013/10
음반 해설지 전문


덧글

  • ^^ 2014/01/16 20:19 # 삭제

    오! 이 리뷰를 쓰신 분이 요기 계시네영 ㅎㅎ 엠넷에서 봤습니다. 인상깊은 리뷰였는데 우연히 들어온 블로그에서 이렇게 뵙네요. 반가워요
  • 한동윤 2014/01/17 10:38 #

    엠넷에 이런 것도 나오나요? 의외네요. 암튼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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