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영 - Street Jazz In My Soul 원고의 나열

이주노, 제갈민 등과 함께 우리나라 댄스계 1세대 춤꾼으로 군림하며 본격적인 랩 댄스 음악을 국내에 선보였으며 와와라는 댄스 팀으로 클론(Clon)의 강원래와 구준엽, 듀스(Deux)의 이현도와 김성재, 디보이즈(D-Boys)의 김철진, 지누션(Jinusean)의 노승환 등 빅 리거들을 연속으로 배출했으니 이것 역시 현진영의 대단한 업적에 포함될 것이다.

또한, SM 엔터테인먼트의 1호 뮤지션으로 출발하여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의 '옷 거꾸로 입기(wearing the clothes backward)'를 벤치마킹한 코디네이팅 스타일로 헐렁한 배기(baggy) 바지와 후드티 붐(크로스 컬러라는 브랜드를 전파시켰다)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힙합 종주국 미국으로 날아가 화려한 춤 실력을 뽐내 타임지를 장식한 사건도 있었으니 1990년도에 빌보드 차트를 흔든 토와 테이(Towa Tei) 이후 오리지널 초창기 한류스타라는 직함을 주어도 무방할 듯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현진영의 '전성기'였다. 새로운 음반을 발표해도 그때마다 거듭되는 약물복용사건으로 인해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으며 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냉랭해져 갔다. 2002년 발표한 네 번째 앨범 < Wild Gangster Hiphop >부터 재활 의지를 굳건히 하면서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 '안 좋은 소식'이 무소식이다.

2006년 3월에 내놓은 < Street Jazz In My Soul >은 타이틀에서 왠지 모르게 '워너 비 구루(Wanna Be Guru)'의 이미지가 연상되기는 하나 재즈와 소울의 음원을 채집, 발굴하여 직접 잘라 붙이는 작업보다는 전반적으로 미디 모듈에 의존해서 생성한 것이 두드러진 앨범이다. 그러나 그것은 몇몇 댄스넘버에서 열외로 분류될 뿐 마림바, 플루트, 색소폰 등의 실제 연주가 온기 풍성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재즈와 소울이 표현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음원의 성질을 놓고 본다면 편곡 상에서 샘플링이 본격적으로 침투되고 관악 섹션이나 비브라폰, 마림바와 같은 악기가 많이 사용되었던 1993년도의 세 번째 앨범 < International World Beat & Hip Hop >의 연장선에 선 작품이라 말할 수도 있겠고, 스눕 독(Snoop Dogg)의 'Serial Killa'를 빌려(?)써가면서까지 힙합스럽고자 했던 이탁과의 듀오 프로젝트 팀 아이더블유비에이치(IWBH: International World Beat & Hiphop)의 앨범 < Stop Drug Stop AIDS >(1997)에서 보여준 힙합 아류작들은 이번 앨범에서 전자음이 주도하는 주류의 힙합 스타일로 모양을 바꾸어 나타나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변화 중 하나는 랩 파트는 철저하게 후배 가수들의 피처링에 의지하고 노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인데 또박또박하게 뱉어내는 현진영만의 독특하고 재밌는 래핑을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도리어 강점으로 나타나며 그가 보컬리스트로서 역량을 발휘함에 있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한다.

'가수' 현진영의 변화도 눈에 띈다. 그의 음색은 날카로우면서도 어두우며 때론 억세기까지 하다. 가수가 자신의 목소리에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지만 이것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엉성하게 표현한다면 허사 아니겠는가? 자신의 음색을 음악에 맞게 잘 조리하는 그이지만 그 날카로움, 억셈이 음악을 넘어서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창법에 변화를 주거나 울림에 힘을 빼는 것으로 음색을 음악에 안착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또렷하다. 보사노바 풍의 'Blue Day'와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버스(verse)와 후렴구의 스캣이 인상적인-타이틀곡 'Break Me Down'에서 그러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조적 낙관론으로 이야기하는 'Paradise'는 박장근의 걸걸한 목소리와 트럼펫 연주, 후반부의 피아노 선율이 잘 어우러진 가장 흥겨운 트랙이며, 주석과 쇼리 제이(Shorry J)의 피처링이 돋보이는 '한Q'도 귀를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내걸은 앨범 타이틀의 울타리 밖에 머무는 곡들도 보이는데, 한국형 발라드곡인 '말로 할 수 없는 말'이나 그저 그런 댄스곡 '악녀(샘플링 덕택에 댄스 그룹 웨이브(Wave)의 '데미지(Damage)'란 곡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으리라)'는 대중가요에 익숙한 팬들을 위해 심어 놓은 배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데뷔 앨범부터 3집까지 < New Dance > 시리즈를 통해서 들려준 음악이 바비 브라운(Bobby Brown)류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유행하던 랩-댄스, 프리스타일(freestyle) 댄스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주류 시스템에 편승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부제를 < New Jazz Hiphop Vol. 1 >이라 명명할 만큼 자신만의 스타일 개척에 도전하는 모습을 적극화하고 있다. 소울, 재즈를 깊게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힙합의 원조'라는 옛 수식을 떼어내고 새롭고 힘찬 출발을 내디딘 무지렁이가 자기 빛깔을 찾아가는 여정은 무엇보다 애정 어린 관심을 필요로 한다.

20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