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밥 주고 오는 길 불특정 단상

집 근처에서 담배 피고 있는데 길고양이가 다가와서는 부비적댔다. 여간해서는 곁을 주지 않는 길고양이가 자진해서 사람 몸에 달라붙을 때는 심심하거나, 외롭거나, 뭔가 얻을 게 있을 것 같아서, 셋 중 하나다. 종합하면 '이 놈은 좀 만만해 보이는데?'라고나 할까. 이 고양이가 하는 짓이 귀엽고 처량해 보여서 집에 가서 냉큼 참치캔 하나를 꺼냈다. 이러는 중에 고양이는 이미 문앞까지 따라와 있었는데 참치캔을 보자마자 환희와 격분에 차 울더라. '그래, 그거~ 내가 원하던 게 그거야' 이렇게 해석됐다. 참치를 손에 놓아 줬둬니 손도 씹어 먹을 기세. 이 고양이의 새끼인지 다른 새끼인지는 몰라도 새끼 고양이까지 왔다. 얘한테도 손을 내밀어 참치를 줬는데 엄청 경계하며 손을 발로 치려고 하더라. 그래서 1번 고양이가 어느 정도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2번 고양이에게 참치캔을 통째로 밀어 줬다. 그랬더니 환장하고 먹네. 노하우가 없어서인지 벽쪽에만 참치가 몰리길래 참치를 골고루 펴줬다. 이 모습을 본 동네 어르신들이 2번 고양이가 1번 고양이 새끼냐고 물으시더라. '내가 어찌 알겠어요;;' 아무튼 한 캔을 거의 다 비웠음에도 얘네들은 약간 아쉬운 듯한 눈빛을 보였다. 장조림도 있는데 갖고 올까 하다가 고양이들이 캔셔틀로 여길까 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에 들어왔다. 얘네 다음번에 날 보면 아는 척은 할까? 또 배가 고파야 친한 척하겠지?

핑백

  • S O U L O U N G E : 어제 밥 준 길고양이 오늘 또 만났네 2013-12-05 18:13:03 #

    ... 아까 집앞에 나갔다가 어제 만난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나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소리까지 내면서 달려오더라. 배경음악으로 셀린 디온 노래를 깔아 줘야 할 분위기였음. 한 ... more

덧글

  • 애쉬 2013/12/04 16:09 #

    '어르신 둘 다 내 새낍니다. 임신하고 집 나가더니 오늘 돌아왔네요 손주라고 데리고'

    눈물이 그렁그렁 대답하는 나를 그 어른은 적잖이 당혹스럽게 쳐다보시더니 눈 둘 곳을 몰라 잠시 혼란스러워 하다가 온다간다 말도 없이 웅얼웅얼 집 안으로 달아나셨다

    ...는 오늘의 소설

    이제 추워서 먹이 구하기 힘들텐데.... 자주 들르지 않을까요? 좋은 이웃이 되서 서로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훈훈한 그림이 그려져 기분 좋은 오후가 될 것 같네요^^
  • 한동윤 2013/12/04 19:40 #

    ㅋㅋㅋ 오늘의 소설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면 길이길이 기억할 일이겠네요. 그러게요~ 날도 갈수록 추워지고 먹을 것도 없을 테니 아예 볼 때마다 먹을거 달라고 떼라도 쓰면 좋겠어요~ 기분 좋은 오후를 보내셨길 바랍니당 ^^
  • pimms 2013/12/04 20:32 #

    이 놈은 좀 만만해보이는데...ㅋ
    그러고보니그런 뜻이겠네요.

    새로 이사온 동네에는 길냥이가 많아서 혹시나 싶어서 천하장사 챙겨다니기 시작했어요.
    ㄱ근데 소세지 없는 가방 맬 때만 고양이를만나게 된다는...
  • 한동윤 2013/12/05 11:16 #

    꼭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아마 그 고양이는 먹을 복이 없나 봐요;
    그렇다고 모든 가방에 천하장사를 넣고 다닌다고 해서 매번 고양이를 만난다는 보장은 없고요;;
  • Run192Km 2013/12/05 11:06 #

    우리동네 길괭이들도 절 좀 만만하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ㅎㅎ
  • 한동윤 2013/12/05 11:17 #

    너희 동네 고양이들은 철저하게 낯을 가리나 보구나~ㅎㅎ
  • 2013/12/05 12:2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05 14: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밤비마뫄 2013/12/05 13:31 #

    캣대디 탄생?
  • 한동윤 2013/12/05 14:10 #

    왠지 캣우먼이 생각나는 게... 가죽 의상 입어야 하나요? ㅋㅋ
  • 밤비마뫄 2013/12/05 14:26 #

    길냥이 밥주는 분들에게 캣맘 캣대디 라고 한답니다.
    가죽의상 입어주시면 고맙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동윤 2013/12/05 16:10 #

    앗 그렇군요~ 제가 워낙 무지해서;
    그런 특별한 의상을 입고 먹을 걸 준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 bleury 2013/12/05 16:13 #

    추천!!! ㅋㅋㅋㅋㅋ
  • 한동윤 2013/12/05 17:54 #

    어디서 의상 협찬을 받는다면 가능할지도? ㅋㅋ
  • 밤비마뫄 2013/12/05 17:59 #

    캣우먼은 스스로 재봉질해서 만들어 입었더군요.
    (배트맨 영화에 나와요)
    보면서 저런걸 집에서 만들어 입는구나...오오오오,,,하고 놀랐던 기억.
  • 한동윤 2013/12/05 19:15 #

    그러니까요~ 슈퍼영웅들은 손재주마저 좋다는~ 복장도 복장이지만 손톱으로 쓰는 다이아몬드가 있다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ㅠ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