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Various Artists - Evans Espresso (Christmas Album) 원고의 나열

크리스마스캐럴은 전혀 까다로울 필요가 없다. 있으면 듣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시즌제 배경음악이기 때문이다. 보통 성탄절 두어 달 전부터 앨범이나 싱글이 나오긴 해도 집중적으로 소비되는 건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도 분위기 띄우기용이지 보통 사람들이 생활에서 캐럴을 찾는 시간은 12월 24일, 25일의 어느 몇 시간일 뿐이다. 어차피 반짝했다가 마는 음악이니 듣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형태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뮤지션의 철학을 토해내는 심오한 편곡,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만 같은 환상의 연주 등등은 캐럴에서 가장 쓸모없는 뻘짓이다.

재즈의 명소인 에반스에서 나온 캐럴 컴필레이션 앨범 [Evans Espresso]는 캐럴이 준수해야 할 기본 강령을 철저히 따른다. 윤석철 트리오, 살롱 드 오수경, 라 벤타나 등 뛰어난 기량의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많은 사람이 재즈에 대해 (막연히) 어렵게 생각하는 요소는 애초에 들이지 않았으며 그 어떤 곡에서도 뮤지션의 독창적인 해석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모든 곡들이 가볍고 익숙해 캐럴이 재즈고 재즈가 캐럴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는 달리 말하면 캐럴 음반으로서는 괜찮지만 재즈 음반으로서는 매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많은 아티스트가 똑같은 규격을 강요당한 듯 자기만의 풀이나 산뜻한 터치 없이 만만한 음악을 하고 있다. 적어도 재즈 앨범이라면 재즈의 특징적인 멋을 뚜렷하게 드러내야 할 텐데 이 앨범은 너무나도 크리스마스에 영합했다. 캐럴을 위해 재즈라는 어법을 잠시 빌린 형국이다.

기지개를 켜지 못한 대신 보편성과 친숙성을 얻었으니 괜찮다고 해야 할까? 레스토랑이나 와인 파는 술집에서 분위기 잡는 용도로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