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중음악계 결산 원고의 나열

올봄 가요계 최대의 화제는 단연 조용필이었다. 단순히 '거장의 귀환'이란 수식만 넘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근사한 음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공식적으로 30년이 훨씬 넘는 경력에 위엄을 의존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이를 잊게 하는 젊은 감각과 그동안 쌓아 온 내공을 적당히 배합한 음악으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바운스'(Bounce)가 10대 음악팬들의 앞마당이자 아이돌 가수들의 불꽃 튀는 전장인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국민가수'라는 칭호는 합당했다. 원로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안식처 삼기에 급급한 실정에서 꾸준한 공연과 작품 활동으로 팬들과 만나는 그의 모습은 귀감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19집 앨범 발매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하고 있는 가수 조용필/김기남 기자


비슷한 시기 싸이는 '젠틀맨'으로 또 한 번 세계 음악시장의 문을 두드려 주목받았다. '강남스타일'의 골자를 승계한 듯한 편곡과 뮤직비디오의 선정적인 행위 때문에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빌보드 싱글 차트 5위에 올라 싸이의 지속적인 외국 진출 가능성을 예견하게 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안무를 사용하면서 한국 대중음악을 거듭 전파하고 안무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킨 것도 대강 넘겨서는 안 될 파급력을 내재한 업적이다.

한편으로 반갑지 않은 일도 있었다. 매년 가요계 한편을 장식하는 표절 논란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계속해서 터졌다. 로이킴의 '봄봄봄'이 어쿠스틱 레인의 '러브 이즈 캐논'을 표절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특이하게도 어쿠스틱 레인이 먼저 사과하면서 찜찜하게 마무리됐다. 아이유와 프라이머리는 장르의 유사성을 운운하며 표절논쟁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 하기도 했다. '직렬 5기통 춤'으로 뒤늦게 인기를 얻은 크레용팝 역시 일본 그룹의 콘셉트를 따라했다는 주장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련의 사건에서 명성이 없는 가수는 되레 자진해서 숨을 죽이고, 의혹의 당사자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친고죄라는 점을 활용해 빠져나가는 표절의 암담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래퍼들의 디스 전쟁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가수 데프콘/김문석 기자


여름철은 래퍼들의 '디스(diss) 전쟁'으로 뜨거웠다. 스윙스가 촉발한 자기 자랑은 이센스와 개코 간의 비방과 폭로전으로 번졌다. 디스가 래퍼들의 기량을 높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중에게 이센스와 개코의 공방은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싸움 구경에 불과했다. 이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동안 몇몇 래퍼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참여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데프콘은 과거의 발언 덕분에 자신만의 캐릭터까지 획득하며 방송가의 블루칩으로 우뚝 섰다. 디스전의 진정한 승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데프콘이었다.

비주류 쪽은 요란스럽지 않았으나 화려했다. 척박한 음악 토양에서도 완고하게 헤비메탈을 지향하며 맹렬하게 포효한 차퍼스, 다채로운 스타일과 독특한 분위기로 듣는 영화를 만들어 낸 야야, 직설 화법의 블루스로 불평등한 세상에 불만을 토로한 김태춘, 국악의 향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대중음악과의 지혜로운 화합을 도모한 고래야 등 특색 있는 음악이 풍성했던 한 해였다. 그러나 가요계를 더욱 윤택하게 할 인디 음악이 많은 이에게 전달될 통로는 아직도 절실하다.

이 외에도 [응답하라 1994]가 일으킨 1990년대 가요의 유행, 신승훈과 이적을 위시한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들의 컴백,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막대한 지지를 받으며 시즌송을 배출한 버스커버스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2014년도 우리 대중음악계가 반가운 소식들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한동윤
2013 12/24ㅣ주간경향 1056호

덧글

  • 금요일 2013/12/20 10:29 # 삭제

    오,,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 잘 봤습니다. 곧 수록될 글인가보네요, 날짜가 미리크리스마스네요~ ㅎㅎ 해피 크리스마스 되십쇼~
  • 한동윤 2013/12/20 10:56 #

    인터넷으로는 이미 나왔어요~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이브네요 아악~~ ㅠㅠ 암튼 성탄절 인사 감사합니다 ^^
  • wayneback 2014/02/04 11:38 # 삭제

    들국화 빠졌네요 ㅠㅠ 들국화 리뷰는 별로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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