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식지 않는 대중성을 검증한 팝 랩의 모범 원고의 나열

헤비 디 앤 더 보이즈는 산만하지 않은 업 비트의 음악, 리듬 앤 블루스와 힙합을 안정적으로 줄타기하는 스타일로 다수의 사랑을 받았다. 감각적이거나 혁신적이진 않았지만 유(柔)와 강(剛)이 적당히 버무려진 편안하면서도 활달한 음악은 대중에게 꽤나 우호적이었다.

세 번째 앨범 [Peaceful Journey]는 데뷔 때부터 고수해 온 방식을 그대로 전개했다. 피트 록, 말리 말, 테디 라일리 등은 전작들보다 더 부드럽고 가뿐한 음악을 이들 트리오에게 제공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노랫말, 경쾌한 비트로 꾸며진 열네 편의 수록곡은 흑인음악 마니아와 그 밖의 여러 청취자를 매혹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수록곡 중 'Now That We Found Love'는 영화 《미스터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에서 주인공들이 결혼식 피로연 중 라인 댄스를 추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그룹은 해체한 지 10년 만에 온라인에서 다시금 회자됐다. 2002년에는 은지원이 'Now'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국내 음악팬들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앨범이 나오기 1년 전 그룹은 멤버 트러블 티 로이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앨범 타이틀은 오랜 세월 친구로 지내 온 티 로이의 명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지은 것이었고 동명의 수록곡에서도 일정 부분 그를 추억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멤버의 죽음이라는 참담한 배경도 존재했지만 그룹은 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내비쳤다. 강함과 부드러움, 상쾌함을 혼합한 음악은 계속해서 다수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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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디 앤 더 보이즈는 4집까지 대체로 괜찮다. 1집은 뉴 스쿨 초기의 투박한 스타일과 뉴 잭 스윙이 섞여 나름대로 의미 있고 2집 [Big Tyme]과 4집 [Blue Funk]는 준수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떤 앨범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헤비 디는 팝 랩이기에 차트 성적이 좋은 싱글이 수록된 것으로 하자 해서 이 앨범으로 택했다.

헤비 디를 생각하면 꼭 이현우가 먼저 떠오른다. 헤비 디 앤 더 보이즈의 'We got our own thang'이 이현우 1집의 '짧은 만남'에 샘플링됐기 때문에. 이현우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로커라고 일컫기 전, 국내에 힙합, 리듬 앤드 블루스, 흑인음악 성향의 댄스음악이 거의 없었을 때의 일이라 굉장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헤비 디의 바운시한 래핑을 더는 라이브로 들을 수 없어서 아쉽다.

연재라고 해놓고 월요일, 목요일 날짜만 지키는 들쑥날쑥 연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