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Rain) - Rain Effect 원고의 나열

피로감이 골육에 사무친다. 두 명이 듣다가 넷이 지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 Rain Effect >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해 노곤을 증정한다. 과한 바이브레이션과 애드리브를 연발하는 겉멋에 젖은 싱잉, 유연함이나 슬기라곤 전혀 발견할 수 없는 평면적인 래핑, 맥락은 배제한 채 반복에만 전념하는 가사 등 일련의 요소들이 화합해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비는 진정한 마성의 남자다.

고단함을 안기는 성분들의 원대한 집약은 'La song'이 대표적이다. 버스(verse)에서 화자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를 한 뒤 곧바로 '라라라'를 반복한다. 랩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을 설명하지만 자랑이라는 포인트 외에는 두서가 없다. 그리고는 또다시 줄곧 '라라라'다. 억지로 각인을 시키려는 것처럼 그냥 계속해서 '라라라'만 때려 박는다. 여기에 후렴부터 뒤에 깔리는 추임새, 구호는 알짱거리며 중독을 보조한다. 실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애드리브가 더 많은 비 노래의 우스꽝스러운 특징이 오랜만에 공공연하게 펼쳐진다. 노래 자체는 흥겨움을 의도하지만 무의미한 음절로 가득 찬 무의미한 가사, 체계가 없는 래핑 때문에 즐거울 수가 없다.

공동 타이틀곡 '30 sexy'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September' 후렴을 착안한 듯 음절을 부풀리며 반복에 매진한다. 또한 내레이션으로 메우고는 있지만 후주는 비생산적인데다가 불필요하게 길어서 몹시 지루하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흉한 가성은 고달픔을 극대화한다. 영겁 같은 인고의 3분 33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어디 가요. 오빠'는 그 어떤 감동 없이 거듭의 거듭, 중복의 중복으로 연신 호객의 정경과 유흥의 자기 기준만 그린다. 게다가 일차원적인 라임으로 충격을 전하기만 했지 비는 여기에서 현아라는 캐릭터가 지닌 관능에만 의존할 뿐이다. 가수로서는 조금의 존재감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차에 타 봐'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에나 썼을 법한 유치한 내용으로 소름을 돋게 하고 'Superman'은 억지스러운 말 맞춤, 장난과 진지함이 뒤섞이지 못하고 따로 겉도는 보컬 탓에 지겹기만 하다. 'Dear mama don't cry'는 그칠 줄 모르고 연속되는 동일한 문장이 징글징글하게 느껴진다. 도처가 피로물질이다.

굉장한 '레인 효과'다. 물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비는 모처럼 낸 음반으로 가공할 만한 피로감을 들게 한다. 작금의 트렌드와 자신의 장기를 보여 줄 수 있는 댄서블한 분위기에만 혈안이 돼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장렬히 놓쳤다. 본인은 잘한다고 믿고 있을지 몰라도 답답하고 뻔한 가창도 불편한 기운에 한몫했다. 이곳에서 비는 음악 감상을 노역으로 승화시키는 위대한 일을 달성했다. 진정한 마성의 사나이임을 증명했다.

2014/01 한동윤

핑백

  • S O U L O U N G E : 2014 최악의 가요 이것저것들 2014-12-29 15:43:47 #

    ...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동요가 지켜야 할 수위를 망각한 섹스어필로 활용되고 있으니 기겁스럽기 그지없다. 최악의 앨범 월드 스타 비(http://soulounge.egloos.com/3451055)와 도바리 스타 MC 몽(http://soulounge.egloos.com/3499109)이 자웅을 겨뤘지만 승자는 MC 몽. 실력은 늘 거기서 ... more

덧글

  • 대석 2014/01/13 17:33 # 삭제

    La Song 좋던데요? ^_^
  • 한동윤 2014/01/14 10:50 #

    네 좋아하는 분들도 많네요~
  • GOGI 2014/01/13 21:51 # 삭제

    리뷰 잘 봤습니다. 30 Sexy는 댄스가수라는 정체성과 비의 역량 내에서 적절히 타협한 선이라고 생각지만 다른 트랙들은 리뷰에 공감할수밖에 없네요.
  • 한동윤 2014/01/14 10:50 #

    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 9회역전만루홈런 2014/01/13 22:59 #

    어쩐지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더라니....물론 비 자체의 비호감 이미지도 한몫했겠지만요...
  • 한동윤 2014/01/14 10:51 #

    확실히 미디어 노출이 예전만 못한 것 같네요. 뭐 다른 이유들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겠지만요~ :)
  • 라비안로즈 2014/01/13 23:21 #

    라송은... 정말 듣고 어이가 없던 곡이었죠
    날로먹는 노래 끝.. ㅎㅎ
    그냥 라송과 30섹시.. 만 들어도 아 망한앨범이군..
    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 한동윤 2014/01/14 10:53 #

    라비안로즈 님처럼 생각하신 분들도 많을 듯해요~ 반갑습니다 :)
  • 연어알 2014/01/14 02:33 # 삭제

    본인이나 소속 회사 사람들이나 이 음반을 만들고 들으면서 즐거웠을까요?
  • 한동윤 2014/01/14 10:54 #

    글쎄요... 저도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 라송 2014/01/14 10:50 # 삭제

    여유와 게으름을 혼동한 무대와 앨범이더군요
  • 한동윤 2014/01/14 10:55 #

    방송은 본 적이 없는데 그 정도군요~
  • 작두도령 2014/01/14 10:50 #

    요즘 이미지를 떠나서 이번 앨범은 정말 퀄리티가 실망스럽습니다.
    30 Sexy는 원곡도, 이를 믹싱한 East4A 조차도 구제하지 못하더군요.
    차라리 곡의 퀄리티와 완성도에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빨리 만들다가 급체한 곡들의 유쾌하지도 않은 흩뿌림 수준에 불과했어요...
  • 한동윤 2014/01/14 10:58 #

    역시 원판이 안 좋으면 명의를 만나도 엄청 좋은 등급으로 변신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 줬어요.
    네 맞습니다. 글에는 안 적었지만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실수는 성급함이었어요. 제대 후에 뭔가를 빨리 내야겠다는 욕심이 과했던 나머지 안 좋은 노래들만 갖고 나왔죠.
  • whim 2014/01/14 23:20 # 삭제

    비한테는 이번 앨범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 뭔가 나올줄 알았는데... 비가 트렌드에 뒤처졌다는것만 증명한 것 같아요. 불필요한데 공을 들인느낌.. 동방신기랑 대비되는 느낌이에요.
  • .. 2014/01/15 10:19 # 삭제

    자기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앨범을 준비햇다면 이따위로 내지 않았겠죠 .. 솔직히 비가 음악성으로 승부하는거 보다 웃통 까는게 훨씬 성공할텐데 말도안되는 작곡능력을 선보이는지 .. 마치 오디션에 춤잘추는친구가
    통기타 치는게 유행이라고 억지로 코드 몇개따서 흉내낸다고 밖에 ..
  • 모닝빵소녀 2014/01/15 14:23 # 삭제

    일본노래 중에 LALALA LOVE SONG이라는 유명한 곡이 있죠. 정말 여러 가수에게 리메이크 되었던. 암튼 줄여서 LALA SONG이라고도 불러요. 비의 노래와는 다르지만 그 노래도 엄청나게 라라라~ 합니다. 처음에 비 노래 제목 듣고 의혹을 가졌었더랬죠.
  • EST 2014/01/21 16:23 # 삭제

    쿠보타 토시노부의 노래 말씀이시군요.^^
  • 멍청한 펭귄알 2014/01/15 22:13 #

    이번 앨범에 진지한 평가는 별 의미없는듯 합니다.
    제 생각으론 어떤 트랙이 가장 충격적이었나를 꼽는게 더 나을듯한데
    저는 4번트랙 어디 가요. 오빠 (Feat. 현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5번이나 재생했네요. 마치 코를파고 난 뒤 무의식적으로 냄새를 맡는 것처럼...
  • 조랑 2014/01/16 12:25 # 삭제

    공감 백만개!
  • 시골농사꾼^^ 2014/01/16 14:53 # 삭제

    소위, 쉽게 듣고 버려지는 인스턴스 소모품으로 전락한 한국 메인스트림 음악에 정점인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단, 다른 아이돌들과 차별점이라면 자작곡이라는 타이틀로 포장을 한들, 막상 열어보니 빵점짜리 앨범이라는 탄식이 나오네요
  • 2014/01/16 19:36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필력 2014/01/16 20:28 # 삭제

    당신의 필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아직 못들어봤지만 다음날 일정이 빡빡한날 전날 저녁에 들으면 괜찮을곡이란건 잘알고갑니다
  • ㄷㄷ 2014/01/16 20:32 # 삭제

    아아.... 갈비뼈사이사이의 지방을 뚫어주는듯한 통쾌한 필력 .....
  • 냐냐냔 2014/01/17 10:27 # 삭제

    공감을 수십번수백번 찍고 싶네요
    ㅋㅋㅋ
  • ◕‿◕ 2014/01/25 11:54 # 삭제

    촌철살인이네요 가슴이 뻥 뚫리는 글이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 이환 2014/02/02 17:31 # 삭제

    이 엄청난 리뷰에 이 엄청난 댓글들이라니ㅎ
  • 한동윤 2014/02/02 18:05 #

    아이구~ 이게 누구세요~
    잘 지내죠? 통 연락도 못했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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